캐나다 두 번 살 수 있는 한국 땅값, 해법은?
2018.06.03 11:26:22
[프레시안 books] 김윤상·이정우 외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국가별 토지가격의 총액을 원화로 변환해 비교해보면, 놀랍게도 한국 땅을 모두 팔면 캐나다를 두 번 살 수 있으며, 호주와 독일도 충분히 살 수 있다. 한국의 GDP는 독일의 40% 수준이지만, 토지가격 총액은 독일의 130% 수준이다. (이진수, 2018, "주요 국가별 토지가격 장기 추이 비교",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제9장) 독일이 한국보다 3배 넓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한국의 땅값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알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가 부동산 문제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1998년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 또 그 해법은 정말 없을까?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김윤상 외 지음, 경북대학교 출판부 펴냄)은 그 대답을 찾고자 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헨리 조지(1839-1897)의 사상에 기반해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분석한 책이다. 헨리 조지는 물질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오히려 심화되는 현상을 토지가치의 사유화에서 찾고 그 대안으로 토지 불로소득 환수를 주장한 미국의 경제학자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등이 저자로 참여했다.

"땅값 상승의 책임은 박정희가 가장 크다"

이정우 교수는 "토지문제, 한국 경제의 고질병"(제7장)이란 글에서 정권별 지가총액과 상승률을 비교, 분석해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것처럼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땅값, 집값이 폭등하고 박정희 정권 때는 집값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권별 땅값 상승률은 박정희 정권 때가 연평균 36%로 압도적 1위이고, 노태우, 이승만 정권 때가 22%로 그 뒤를 잇는다. 지가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에 대해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박정희 정권 때가 243%로 압도적 1위이고, 노태우(111%), 노무현(68%) 때가 그 뒤를 잇는다. 박정히 정권 때의 토지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의 2.4배라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이렇게 본다면 땅값 상승의 책임은 박정희, 이승만, 노태우, 전두환 순이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책임은 훨씬 낮다."

GDP의 30%가 부동산 불로소득...더구나 상위 10%에 집중

▲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김윤상 외 지음, 경북대학교 출판부 펴냄

높은 땅값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은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첨예한 계층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부동산과 불평등"(남기업.전강수.강남훈.이진수, 제8장)이라는 글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부동산 소득(실현 자본이득+임대소득)을 추산해본 결과 9년 평균 GDP의 37.8%에 달했다.

게다가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동산 불로소득은 상위 10%의 개인과 기업에 집중된다. 2014년 현재 기준으로 개인 토지소유자의 상위 10%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64.7%를, 법인 토지소유자 중 상위 1%가 전체 법인 소유지의 75.2%를 소유하고 있다. 2008-2014년 6년 사이의 상위 1%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은 546조 원에서 966조 원으로 77% 증가했고, 상위 10대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은 180조 원에서 448조 원으로 무려 147% 폭증했다.

국토보유세 신설, 조세 저항은 토지배당으로

저자들은 극소수에게만 집중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유세 강화를 제시한다.(전강수.남기업.강남훈.이진수, "국토보유세, 부동산 불평등 해결의 열쇠", 제12장) 부동산 불로소득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못한 하위계층의 소득이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상위계층으로 이전되는 소득이기 때문이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미국(1.04%), 캐나다(0.91%), 일본(0.54%) 등 선진국에 크게 미달한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기득권 세력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을 앞세워 ‘세금폭탄'이라고 호도하며 거세게 저항했다. 결국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종부세는 대폭 축소됐다.

저자들은 극소수의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만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전체 토지보유자에게 부과하는 국토보유세를 제안한다. 이들은 전국의 모든 토지를 용도 구분 없이 인별 합산해서 과세하며, 이때 공시지가를 과세표준으로 삼고, 각종 비과세.감면은 원칙적으로 폐지하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과세할 경우 국토보유세 도입에 의한 세수 순증분은 연 15.5조 원으로 추산된다.

저자들은 이 세수 순증분을 전액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토지배당으로 분배하자고 제안한다. 이는 2018년 추정 인구로 나누면 1인당 연 30만 원이라고 한다. 이들이 토지배당을 주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토지는 천부자원으로서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권리를 누려야 할 공유자산의 성격을 갖기 때문. 둘째, 국토보유세를 토지배당으로 지급하면 제도 도입 수혜자는 자신이 누리는 혜택이 바로 그 세금 때문임을 직접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당연히 국토보유세와 토지배당 도입을 지지할 것이며, 소수의 부담자들이 펼치는 조세저항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토지배당을 다른 배당과 결합해 기본소득을 구성할 수 있다며, 국토보유세 도입을 기본소득제로까지 연결시켜 한국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근본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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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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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