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기준금리 동결 배경, 지방선거 영향주나
2018.05.24 16:47:02
[분석] 한은 주요 지표 부진 인정 속, 경기침체 진입 경고도

2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하면서 지난해 11월 6년 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된 이후 6개월 연속 동결됐다.

하지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소수의견도 없이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 결정이 나오고, 금리 동결 배경으로 대내외적인 불안요인이 공개적으로 언급됐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의 상황인식이 점점 경제 하방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내외 경제상황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아르헨티나, 터키 같은 일부 신흥국에서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우리의 경우 대외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일부 신흥국에서 금융 불안이 발생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불확실성 높아진 상황에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해 한국 경제가 3퍼센트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문제는 대외불안 요인이 일부 신흥국 시장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한-미 금리 역전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방선거일과 겹치는 시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연준이 또다시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 이미 한미간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역전 폭은 0.5%포인트로 확대된다.

0.5%포인트의 금리 차이는 국내 외국계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자금 동향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한·미 금리 역전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질 경우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이 월 평균 2조7000억 원 이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최근 서부텍사스유(WTI)와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3대 원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 80달러 선에 근접하고 있다. 국제기구들이 지난해말 예측했던 올해 평균가격 50∼56달러보다 훨씬 높다.


▲ 최근 국내 경제 진단에 대해 '경기침체 진입'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광두(왼쪽)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이에 대해 공개 반박한 김동연 부총리. ⓒ연합뉴스


제조업 가동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


국내 산업생산과 고용시장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전산업생산이 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제조업 가동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설비투자는 7.8% 줄었다. 제조업 가동률은 전달보다 1.8퍼센트포인트 떨어진 70.3퍼센트로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재고율(출하량 대비 재고량 비율)은 114.2%로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고용 시장도 악화됐다. 특히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폭은 10만 명대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보이는 저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 경기 회복기에는 월 평균 30만 명 정도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정부의 공식적인 판단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총재 "최근 고용 상황 부진한 것이 사실"


이 총재도 "최근 고용 상황이 부진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고용 부진이 이어지는 원인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뿐 아니라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 기저효과 등 여러 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 3% 성장 전망이 과연 유효한 것인지를 두고 정부 내의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경기가 침체 국면의 초입단계"라고 진단하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공개 반박하는 등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7월을 시작으로 두 차례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한 차례 그것도 8월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도 양과 질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2018년 1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올해 3월 말 가계신용은 1468조 원으로, 작년 12월 말(1450조8000억 원)보다 17조2000억 원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친 통계다. 가계 부채를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증가율은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추세다.

특히 고금리인 기타대출이 전분기보다 5조 원 가까이 급증하면서 처음으로 4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주택담보대출 위주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도 금융불안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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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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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