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이름으로 학생의 죽음을 방관하고 있다
2018.04.20 00:56:43
[반복된 학생의 죽음 ④] 특성화고 현장실습으로 취업한 김민수 씨
<프레시안>은 작년 11월, 안산 반월공단에서 현장실습 도중 투신한 박 모 군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러면서 특성화고 학생의 '죽음'이 간단한 도식 구조 속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죽음의 이면에는 복잡한, 그리고 뒤섞인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 [반복된 학생의 죽음 ①] 현장실습 도중 투신한 학생의 이야기
                               [반복된 학생의 죽음 ②] 투신 학생이 일한 업체의 이야기
                               [반복된 학생의 죽음 ③] 투신한 학생의 학교 이야기)

그간 특성화고 학생들의 죽음을 두고 여러 지적과 대안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학생들을 둘러싼 죽음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어떤 특정 제도를 없애거나 개선하는 식의 단순계산으로는 죽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죽음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프레시안>은 현장실습 도중 투신한 박 모 군의 이야기에 이어 특성화고 학생(졸업생)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자 한다. 그들은 왜 특성화고에 입학하게 됐는지,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되는지, 그들의 꿈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의 특성화고 교육구조, 그리고 그와 연계된 산업구조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연합뉴스


게임에 몰두하다 성적이 곤두박질

중학생 시절, 김민수(20) 씨에게 공부는 의미가 없었다. PC게임에 빠져 있었다. 게임 중독 수준이었다. 시간을 가리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도서관에 간다고 거짓말을 한 뒤, PC방으로 향하기 일쑤였다. 밤 10시 이후에는 집에서 개인 노트북으로 게임을 했다. 

어머니는 직장을 다녔다. 집을 나서는 시간은 새벽 6시.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면 김 씨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 전원을 켰다. 하루의 시작을 게임으로 여는 김 씨였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도보로 5분. 수업시간 직전까지 게임을 하다가 헐레벌떡 학교로 뛰어가기 일쑤였다. 그래도 학교는 빠지지 않았지만 수업 중에도 게임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가 절정이었다. 게임에 빠져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중간고사에서 수학 시험지를 받았는데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기둥을 세웠다. 그랬더니 18점이 나왔다. 정신을 차려야한다고 생각했으나 쉽게 게임을 그만두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3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다시금 성적이 고민됐다. 바닥 친 점수를 보면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내가 이렇게 놀면 어머니는 누가 먹여 살리나' 현실적인 고민이 들었다. 

김 씨는 독자였다. 어머니와 단둘이 산지 오래됐다. 어머니가 실질적인 가장이었다. 그런 어머니가 퇴근 후 집에 오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김 씨가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던 어머니였다. '형제라도 있으면 형제에게 어머니를 맡기고 (게임을 하며) 이렇게 지내도 괜찮겠지만, 형제도 없으니...' 진짜 정신을 차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을 따라잡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 그때 공부해서 겨우 올린 성적이 내신 백분율 71%였다. 50명 정원 교실에서 35등 쯤 하는 셈이다.   

인문계 갈 성적이 아니었다.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공업고등학교(특성화고)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반대했다. 터무니없이 의사가 되길 바랐다.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어머니에게 성적표를 보여주며 이 성적으로는 의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자신에게 맞는, 돈은 못 벌어도 스스로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후 어머니도 관련해서 특성화고를 꼼꼼히 알아봤다. 그리고는 며칠 뒤, 아들이 재미있으면 해도 좋을 듯하다고 수긍했다. "기술직이면 자기만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회사 취업도 쉬울 거 같아." 

김 씨는 고등학교에 가서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다. 김 씨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전교 2등을 할 정도로 공부에 매진했다.  

2학년 때는 전공을 선택해야 했다. 기계과와 자동차과 중 김 씨는 자동차가 적성에 맞았다. 기계는 단순 외워야 했지만 자동차는 실습도 있어 재미있었다. 

▲ 서울 소재 모 특성화고의 실습실 모습. ⓒ프레시안(허환주)


5년의 인턴, 그리고 정식 채용 여부 결정

그 결과, 김 씨는 현재 BMW 자동차 정비회사에서 일한다. 아직은 간단한 소모품인 필터나 오일 등을 교체한 일을 주로 한다. 현장실습제도로 이 회사에 취업한 김 씨의 신분은 아직 인턴이다. 정직원이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김 씨에게는 '아우스빌둥'이라는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독일에서 따온 아우스빌둥은 일과 학습을 동시에 하는 프로그램이다. 6개월은 현장에서 일을 배우고, 6개월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식이다. 이렇게 총 5년 과정의 프로그램을 마친 뒤, 시험을 치른다. 여기서 합격하면 아우스빌둥 독일 자격증이 나온다. 

그럴 경우, 회사가 김 씨를 더 쓰겠다고 판단하면, 정식직원으로 채용한다. 김 씨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김 씨와 함께 총 다섯 명의 학생이 이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독상공회의소 프로그램이다. 사실상 김 씨의 향후 5년 계획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다. 

김 씨는 그간 이 프로그램에 합격하기 위해 여러 모로 노력했다. 담당 선생 지휘로 방학 때, 따로 방과 후 프로그램 만들어 공부를 진행했다. 또한, 맞춤형 반을 만들어 면접 등을 준비했다. 그 결과, 김 씨는 2017년 7월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리고 일은 두 달 뒤인 9월부터 시작했다. 

현재는 6개월 코스인 현장 교육 기간을 끝내고 3월부터 아우스빌둥 과정을 밟고 있는 90명과 함께 BMW와 교류하는 대학에서 공부 중이다. 대학교 교수와 트레이너를 포함한 특별반을 구성, 독자적인 교육과정을 진행 중이다. 

김 씨는 이 교육과정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군대에 입대할 계획이다. 더 정확히는 아우스빌둥 과정에 있는 90명이 모두 군대에 간다.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는 군대를 다녀오는 시기도 특정돼 있기 때문이다. 

학교와 다른 사회

김 씨는 지금의 일에 매우 만족했다. 함께 일하는 선배들이 딱딱할 줄 알았는데, 잘 챙겨준다. 혼낼 때도 있지만, 그건 자기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자기가 잘되라는 마음에서 그런 거로 생각한다. 

선배의 지적 사항을 통해 배운 것도 많다. 사실 회사 생활 초기에는 책임감이라는 것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언젠가 김 씨가 실수했는데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 그러자 선배가 김 씨를 불렀다. 

"나는 너를 가르쳐줄 의무는 없다. 내 일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너를 불러 지적하는 것은 네가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책임감 없이 행동하면, 회사에도 피해가 가고, 너 자신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실수했다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고등학교 때는 실수를 한다 해도 선생에게 혼나는 정도가 전부였다. 자신의 실수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더구나 선생과도 편하게 지내는 관계인지라 실수에 너그러웠다. 회사가 학교와는 다르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 

김 씨는 이 일을 시작한 뒤로는 한 번도 지각을 한 적이 없다. 술은 조금 마시지만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마무리한다. 술 마시고 지각하면, 자신의 이미지가 좋아 보이진 않으리라 생각하는 김 씨다. 술을 마셔도 지각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싶어했다. 그렇게 보여줌으로써 5년 뒤 정식 직원 계약을 하고자 했다. 

김 씨 업무는 하루 7시간. 오전 9시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인턴이라 최저임금인 약 150만 원을 받지만 자기 나이에서는 상당한 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 씨는 컴퓨터를 사지 않았다. 사면 다시 게임을 할까 두려웠다. 월급은 모두 어머니에게 드리고 용돈을 받는 식이다. 

장인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연합뉴스

열심히 노력한 김 씨라서 그런 걸까. 친구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냉정하다. 김 씨 친구 중에는 공부를 포기한 이도 상당하다. 그런 친구들은 취업이 거의 되지 않았다. 회사 입장에서는 학업 성적을 보는 게 당연하기에 그들의 취업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입장 바꿔 자신이 회사 사장이라도 그런 사람은 쓰지 않을 듯하다. 

그렇게 공부를 포기한 친구 이외에도 대학에 진학하는 친구들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그들이 부럽지는 않다. BMW라는 좋은 브랜드 회사에 속해 있기에 주변 시선이 차갑지 않다. 아직은 특성화고 출신이라고 사회적 편견을 느껴본 적은 없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 

목표도 명확하다. 김 씨의 꿈은 장인이다. BMW 테이크션 레벨은 총 5개가 있다. '주니어', 그냥 '테크니션', '시니어 1, 2', '마스터 테크니션'. 이 중 마스터 테크니션은 따기가 매우 어렵다. 차근차근 하나씩 밟아나가는 과정을 생각하는 김 씨다. 

나름 살면서 느낀 게, 열심히 하면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BMW 하면, 자기 이름이 나오는 기술자, 장인이 되고 싶은 김 씨다. 그 시작은 5년 뒤 정식 직원 채용이다. 그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아이들은?

특성화고 진학 학생의 상당수는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성적이 부진한 학생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라남도 소재 중학교 3학년(4개 학교 2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연구한 '중학생의 특성화고 진학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최병덕, 전남대 교육대학원 석사논문, 2017년 8월)를 보면 중학생들은 학교 성적이 좋을수록 특성화고 진학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성적이 낮은(하) 학생들은 특성화고 진학의도가 48.5%, 학교성적이 조금 낮은(중하) 학생은 35.6%인 반면, 성적이 조금 높은(중상) 학생은 4.6%, 높은(상) 학생은 6.2%로 나타났다. 

또한, 가정의 월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특성화고 진학 선호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의 월 평균 소득이 한 단위 증가할 때 특성화고 진학 결정은 0.797배로 감소했다.  

실제 <프레시안>이 서울시교육청에 요청해 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일반고(인문계)의 경우, 중식 지원학생 비율이 전체의 13%(2만7766명)인 것에 반해, 특성화고는 전체의 35%(1만6565명)나 차지했다. 중식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한부모가족보호대상자, 특수교육대상자,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학생이다.  

주목할 점은 이렇게 진학한 특성화고 학생 중 성적순으로 질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게 현실이라는 점이다. 성적이 낮은 학생일수록 열악한 조건에 있는 기업에 취업한다. 성적순으로 공기업-대기업-대기업 1차 밴드-2차밴드-3차밴드. 이런 식으로 떨어진다. 자연히 작업환경은 부실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산업재해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보다는 못하는 학생들에게 발생한다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학생이 어느 도시에 있느냐에 따라서도 또 달라진다. 울산, 광주, 창원 등 대기업 공장이 모여 있는 도시의 경우, 그나마 학생들이 나름의 좋은 일자리에 취업을 하나, 경기도 지역이나 지역 중소도시 출신일 경우, 이 역시도 좋은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는 높아진다.  

학교나 사회에서는 이러한 아이들에게 공부를 못했기에 그런 일자리를 가지게 된다고 교육 내지 주입하지만, 전체 사회 틀에서 본다면, 누군가는 해야 하는 불안하고 열악한 일자리다. 더 정확히는 '나만 아니면 돼' 식의 임시방편으로는 결국, 또다른 누군가는 일하다 사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이것은 아무리 현장 감독을 강화한다 해도, 안전 교육을 시킨다 해도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우리는 어찌보면 교육, 그리고 경쟁이라는 미명 하에 아이들의 죽음을 방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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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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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