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니 태양광', 얼마입니까?
2018.04.14 14:19:47
[초록發光] '보조금 중독'의 위험성

"7만 원에 태양광을 가지세요!"
"미니 태양광 무상 설치 지원"

요즘 전국의 아파트단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극적인(?) 하지만 또 사실에 기반하고 있는 태양광 업체들의 광고전단지 문구다. 전단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리 업체는 매우 영세합니다'라는 느낌을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 그 느낌을 지우기 위해 어떤 어떤 대기업의 제품을 쓴다고 명시하거나 어떤 어떤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으니 걱정 말라며 안심시키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이 압도적인 혜택이 선착순이라니 전화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미니 태양광 업계의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인가 싶다.

▲ ⓒ이기관

태양광 관련 제품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처음 접하는 물건이다. 아직도 태양광 모듈을 직접 만져보지 못한 사람이 만져본 사람보다 훨씬 많다고 확신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늘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과 의구심이 뒤섞여, 어떤 것들은 도태하고 어떤 것들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자동차도 그랬고, 컴퓨터도 그랬고, 분야는 달라도 앞으로는 태양광도 그러한 방식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래서 태양광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가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햇빛발전에 대한 시민수용성을 높이는 방법! 여기에 태양광산업의 미래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니 태양광은 이 지점에서 태양광기술의 대중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고, 개인이 PC를 만지면서 세상이 큰 변화를 겪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시민의 태양광수용성을 높이는 여러 방법으로는 시민들과 태양광 제품의 접점을 늘려주는 것이 기본이다. 어떤 물건이 개인에게 온전히 수용되기까지 관여도가 높아지는 몇 번의 순간들이 있다. 


1번, 구매하기 전 검색할 때. 

2번, 포장을 열어볼 때. 

3번, 옆에 두고 사용할 때. 


어디서 무료로 나눠주거나 세일 찬스에서 아무거나 집어올 때 1번의 관여도는 매우 낮아진다. 1, 2번까지 잘 오고도 3번에서 관여도가 갑자기 낮아져 쉬 버려지는 물건이 되는 순간은 사실 일상에서 많이 경험하는 것 중 하나다. 


현재 많은 공적 예산이 투입된 태양광제품이 시민들의 관여도가 매우 낮은 상태로 보급실적 위주로 늘어난다면 그것을 보급받은 시민을 위해서도, 관련 업계를 위해서도,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 ⓒ이기관


하지만 올해 들어 정부와 지자체에서 태양광을 보조하는 경향을 보면 이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적정한 보조금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논의는 생략되고, '옆 지자체보다 더 많이', 혹은 '작년보다 더 늘어난 수준으로', 또는 '늘어난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싸게'가 보조정책의 캐치프레이즈가 된 느낌이다. 


사실 태양광의 적정한 보조금은 전기를 받아서 쓰는 것보다 내가 만들어서 쓰는 전기를 더 싸게 만들어주는 수준일 텐데, 적정 수준을 넘는 보조금과 최저가 자부담 경쟁이 태양광 업계와 시민사회에 내는 생채기가 걱정이다. 한 예를 들어, 태양광제품의 수명 간에 인버터를 자비로 교체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할 텐데, 10만 원은 훨씬 넘어갈 이 유지관리비용을 처음에 7만 원 주고 보급받은 시민들이 과연 부담하려 할까? 만 원빼기 경쟁에 들어간 업계가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과연 건강하고 안전한 일자리일까? 이 무한 가격경쟁에서 최종 승리하기 위해 업체는 만원을 낮추지만 사실은 스스로를 더욱 영세하게 만들며 이 산업의 미래가치를 낮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는 하는 걸까.

사실 전국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미니 태양광의 가격을 두고 일어나는 이상한 일이 또 있다. 같은 가치를 갖는 물건이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 같은 사양의 제품이 A시에서는 무한경쟁의 판이 펼쳐져 50만 원대, B시에서는 사실상 특정업체만 들어오도록 해놓은 후, 업체의 제안가격이 90만 원대에 이른다. 인터넷 세상이 모든 가격을 노출시켜 전세계를 단일시장으로 만든지 오래인데 이렇게 폐쇄적이고 이상한 가격결정 구조가 존재하는 것이 되려 신기할 따름이다. 자부담만 낮으면 원래 가격은 높든 낮든 상관없다는 보조금 공고들 덕인데, 한 쪽에선 부실한 업체들만 늘어나고, 한 쪽에선 부도덕한 업체들만 늘어난다. 이래저래 과잉경쟁과 독과점 모두 결과적으론 지속불가능한 방식인 건 마찬가지이고, 둘 다 예산낭비의 개연성이 충분하니 무언가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제일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이거다. 시민들에게 미니 태양광의 원래 가격을 알리는 것이다. (최저가 자부담액수만 알리는 홍보를 영업사원도 아닌 관공서가 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그래야 구매할 때의 관여도가 높아지고, 유지관리를 하면서 해야 하는 추가적인 비용투입도 가능해지며, 건전한 중고시장도 생겨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처럼 행정편의상 업체에게 보조를 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에게 직접 보조를 해주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보조금의 흐름만 바꾼 거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시민과 업체의 1차 거래, 그리고 시민이 직접 보조금을 수령하는 방식이 보조금의 효능감을 훨씬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태양광의 가치와 경제성에 대한 관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 ⓒ이기관


또, 미니 태양광 보조금이 건강보험처럼 보장률을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보장의 영역이 아니라면 반대로 건강한 일반시장화로의 출구전략까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보조금을 연차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은 빅세일의 찬스를 맞고 있는 소비자나, 영업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업자들에게 눈흘김당하기 십상이겠지만,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어떤 것이 더 지속가능한 햇빛시민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길인지 명백하다. 조금만 더 길게 보고, 조금 더 오래하자. 우리는 흔히 싼 전기요금에 중독된 사회의 위험성에 대해서 지적하곤 한다. 올해, 미니 태양광과 관련해서는 보조금 중독도 위험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보조금 함량이 매년 높아져 금단현상이 심해질까 걱정이다. 


미니 태양광 보조금이 사회경제의 촉진제로 부작용 없이 긍정적인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무엇이 먼저일까? 당신의 미니 태양광이 사실은 얼마였는지 알아보자. 거기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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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drami@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