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4 11:16:19
[함께 사는 길] 그래도 우리는 복원으로 달려간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사업 관련해서 잘 하고 있나요?"

지난 한 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정책에 대한 평가 요청을 많이 받았다. 선뜻 대답하기가 참 어려운 질문이다. 비교적 가까이서 만나고 일하면서 보게 되는 정부는 훨씬 복잡다단한 주체다. 4대강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기업의 입장과 권한이 다르다.

중앙정부 안에서도 부처별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농림축산부, 기획재정부의 입장과 권한에 차이가 있다. 한 부처 안에서도 자의로 업무에 뛰어들어 일하는 공무원이 있고, 정권에 따라 불어가는 바람 방향에 편승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이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개개인 역량의 차이도 있다.

방향과 의지, 역량을 모두 고려해서 평가를 해본다면 "방향은 잘 잡았고, 꽤 의지가 있으나 이를 총괄해야 할 부서는 권한도 없고 역량도 부족해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정도가 되겠다. 정부 안에서도 4대강을 복원하고자 하는 이들은 여전히 소수이고 힘겹다.

▲ 지난해 6월 수문 개방 후 6개월이 지난 낙동강 황강 합수부는 4대강사업 이전 상태로 거의 돌아왔다. ⓒ정수근


열고 닫고… 속 타는 수문 개방

지난해 11월 추가 보 개방 계획에 따라 전면적인 개방을 했던 7개 보 중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제외한 나머지 낙동강 합천보, 함안보, 금강 공주보, 백제보, 영산강 승촌보는 다시 수문이 닫혔다. 수문 개방 후 함안보와 백제보 인근 시설재배 농가에서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 지역은 수막재배라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비닐하우스를 두 겹으로 짓고 하우스와 하우스 사이에 수온 12~15℃의 물을 끊임없이 뿌려 겨울철에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기름값이 오르면서 이와 같은 수막재배 농법이 늘어났다.

사실 지하수위가 떨어진 것은 보 수문 개방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4대강사업 당시 대규모로 강바닥을 준설했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 이후 물이 많이 고인 상태에서 새롭게 판 지하수 관정의 경우 기준보다 낮게 설치된 것도 문제였다. 또 심각한 것은 수막재배라는 농법이 무지막지하게 물을 쓰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닐하우스 한 동당 하루에 약 200톤의 지하수를 쓰고 있는데, 한 지역에 500~700동의 비닐하우스가 한 번에 물을 뽑아 대다 보니, 하루에 수만 톤씩 물을 쓰고 있었다.

농업용수 외에도 다시 수문을 닫아달라는 민원도 있었다. 보 수문에 갇혀서 가득했던 물이 더 보기 좋다는 것이다. 완공되고 불과 5년 사이 갇혀있는 물의 경관에 익숙해진 것일까. 댐에 갇힌 물이 그 자체로 관광지가 되기도 하는 걸 보면 4대강사업 이후에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었다기보다 풍족한 물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4대강사업을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4대강사업 이후 성남시 등 지자체에는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농업용 보를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늘어나기도 했다. 경관에 대한 관점은 오히려 자연형 하천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보 수문 개방에 따른 경관 민원은 어찌 해석하면 단순한 기호 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보 아래 갇혀있던 시커먼 펄 층이 드러난 탓이기도 하고 복원 과정을 기다리기 힘든 조급함일 수도 있겠다. 2008~2010년 서울 구간 한강의 콘크리트 호안이 꽤 많은 구간에서 철거되었는데 이후 3~5년 사이 많은 곳에서 울창한 버드나무림이 생겨났다.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나무를 심은 곳도 있고 자연스레 숲이 생겨난 곳들도 있다. 조금만 조급함을 내려놓고 기다려주면 강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숲과 물을 선물할 것이다.


수문이 열리자 강이 변화했다

이번 수문 개방은 올해 말로 예정된 4대강 보 처리방안을 결정하기 위한 모니터링이 목표였지만 확실히 강의 복원 징후도 확인할 수 있었다. 4대강사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녹조라떼'는 주로 5월부터 늦가을까지 발생했다. 수문개방은 겨울에 시작했기 때문에 녹조 개선 효과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올여름에는 수문을 전면 개방한 곳에서 녹조 개선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 주목해 봐야 한다.

경관에서는 생각보다 빨리 변화가 나타났다. 수문을 열자 강 아래 침전된 펄 층 외에도 모래 퇴적이 시작된 것이다. 강바닥의 퇴적토가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시기는 많은 모래가 많이 이동하는 홍수기인데, 갈수기인 지금도 지천에서 공급되는 모래가 본류로 흘러들면서 아름다운 모래톱을 형성했다. 낙동강 함안보와 합천보의 상류인 황강과 회강 합류부에서 아름다운 모래톱이 형성됐고, 세종보 상류 미호천 합류부에서도 그 모습이 드러났다.

강이 달라지자 생태계도 함께 반응했다. 대전환경연합과 한남대학교 야생조류연구회는 2015년부터 매년 겨울 합강리(세종보 상류) 겨울 철새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데, 세종보 수문 개방 이후 철새 종과 개체 수가 소폭 증가한 것이다. 2018년 조사결과 총 55종 2401개체가 확인되었으며, 이 중 물새는 29종 1532개체였다. 이는 2016년 겨울 조사 때 총 종수 54종 1840개체, 물새 26종 939개체에서 종수와 개체 수 모두 증가한 결과이다. 특히 물새 중 낮은 물을 선호하는 수면성 오리가 690개체에서 1266개체로 급증하였다. 낙동강에도 수달, 재첩 등 강 복원을 상징하는 깃대종이 다시금 관찰되고 있다. 강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댐 철거를 통한 하천 복원을 추진해온 미국에는 4대강의 변화를 예측이라도 한 듯한 연구 결과들이 많이 있다. Hart 등이 댐 철거 이후 하천시스템의 변화를 연구한 결과(2002년), 강을 가로막는 구조물이 사라지면 생물 교류와 모래의 이동, 수질 개선이 먼저 일어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강의 지형이 안정화되고 자연스럽게 숲이 생겨난다.

하지만 4대강을 앞장서서 파괴해온 이들은 복원 과정에서도 사업거리를 찾느라 자연형 하천을 조성할 마스터플랜을 만들자는 둥 쌓여있는 펄을 긁어내자는 둥 나서고 있다.

▲ 지난해 12월 낙동강을 찾은 흑고라니. 사진을 찍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수문이 열리자 낙동강은 거대한 모래톱이 돌아오고, 지천이 되살아나면서 사라진 새와 동물들이 다시 찾고 있는 기분 좋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수근


2018년, 4대강 복원 원년으로

지난해 5월부터 수문을 열기 위해 시끌시끌했지만 수위만 간신히 낮추는 '찔끔 개방'에 그치거나, 열었다가 이내 닫아버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제대로 열린 보는 죽산보와 세종보 두 개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물이 갇히는 고정보 인근은 수질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 말 보 처리 방안을 논의할 때 필요한 데이터조차 확보하지 못한 낙동강 상류 6개 보와 한강 3개 보도 문제다.

4대강 복원을 가로막는 적폐 청산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4대강사업에 부역한 토건 관료들은 여전히 정부 내에서 복원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 문서를 몰래 대량으로 파기하다가 딱 걸린 수자원공사의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필요하다.

하지만 4대강 복원은 갈지(之)자로 걸을지언정 앞으로는 가고 있다. 농업용수나 경관 등 문제점을 확인한 것도 어찌 보면 모니터링의 성과라 볼 수 있다. 수문 개방 이후 강 복원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 역시 중요한 성과다. 이제 4대강 복원을 위해서 확인된 과제를 뚝심 있게 풀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올 연말 보 처리 방안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타당하게 마련해야 한다. 복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고 주민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준의 예산 배정이 필수적이다. 또한 부처 내 걸림돌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양심적인 전문가와 시민사회와의 적절한 팀워크도 필수적이다. 올 한해는 4대강복원을 위한 중요한 과제들이 허들처럼 우리 앞에 놓여있다. 무사히 잘 넘고 4대강 복원의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 영산강 승촌보 수문이 열리기 전 극락교 인교 모습(위). 수문 개방 후(아래) 극락교 일대부터 모래톱이 드러나고 여울 등 일반적인 하천 모습을 비로소 볼 수 있게 되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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