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이후'…靑 "북미 대화 입구가 중요"
2018.02.27 17:11:55
文대통령 '비핵화 로드맵', 김정은 호응할까?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외교전'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이제 관심은 우리 정부의 북미 대화 중재가 성사될지 여부로 넘어갔다.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을 정상급 의전으로 환대했고,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겸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언론 노출을 최소화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은 무난하게 제어했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와 청와대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장관 등을 두루 만나고 28일 북한으로 돌아간 김 부위원장이 방남 기간 동안 어떤 메시지를 내놓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않다. 

'비핵화 로드맵'을 설명한 문 대통령 등의 언급에 김영철 부위원장이 "미국과 (조건 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밝힌 게 사실상 전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의 방남 기간 동안 "북미 대화를 위한 여러 조건들과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들이 오갔을 것"이라며 "중매를 서는 입장인 우리는 북측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고 우리가 아는 미국 쪽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생각을 좀 더 솔직하게 북측에 전달하고 북측도 자기들이 생각하는 바를 우리 쪽에 얘기하는 과정에서 논의를 진행했다"며 "상호 신뢰를 쌓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문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에게 설명한 '비핵화 로드맵'의 내용은 함구하고 있으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결을 입구로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시작되면 행동 대 행동에 따라 제재 완화 등 단계별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언급했을 것이란 풀이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해야 대화의 입구를 찾을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며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 등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난 측근들의 전언을 종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 개발 잠정 중단이나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북미 대화가 급진전할 수도 있다.

청와대는 4월로 예상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재개되기 전까지 북한으로부터 모종의 메시지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북한이 어떤 식으로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면 한미 연합훈련 규모와 일정을 축소하는 방안을 미국에 설득할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조속하게 북미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가급적 (탐색의 시간이) 빠르면 좋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형된 형태의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에 북미가 쉽게 응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대북 '최대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적절한 조건에서만 대화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뢰할만한 북한의 선제적 조치를 종용해 예비적 대화조차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조건을 100% 걸면 대화 자체가 어려워진다"면서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말은 미국 쪽에서도 하고 있으니 두고보자"고 말했다.

한미의 공식적인 대응 방향은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통화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정상통화 시기에 대해선 "(김영철 부위원장이 밝힌) 메시지들을 취합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불확실성에 놓인 북미 대화와 달리 남북 관계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을 계기로 상당한 진전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채널인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김 부위원장과의 회동을 통해 남북 군사회담이나 고위급 회담의 정례화 등 대화 창구를 확대를 비롯해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대북 특사 문제까지 두루 논의했을 거란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남, 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영철 부위원장 왔다 갔기 때문에 대화의 통로는 어느 정도 열려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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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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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