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김일성 대역배우면 김일성 수령이지"
2018.02.13 12:18:57
정의당 "내가 김일성이라면 김일성? 남영동 고문 경찰이나 할 소리"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의 '가면 응원' 논란이 최초 보도 언론사의 오보 인정으로 잦아들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일성 가면이 맞다'는 주장을 거듭 폈다. 하 의원의 인터뷰 도중 항의·비판 문자가 방송국으로 쇄도, 라디오 진행자는 "10분 동안 2500통이 온 것은 처음이다"라고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기독교방송(CBS) 인터넷판 <노컷뉴스>는 지난 10일 북한 응원단이 가면을 쓰고 응원하는 장면을 '김일성 가면'이라고 보도했으나, 통일부는 가면에 그려진 얼굴은 김일성이 아니라 일반적인 북한 미남 얼굴이라고 발표했고 <노컷>은 정정보도문을 게시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 정치인들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하 의원은 13일 오전 교통방송(tbs) 라디오에 출연해 "'김일성 가면'이 아니라는 논리는 허접하다"며 "김일성 가면이 아니면 누구냐라는 걸 아무도 못 밝히고 있고, 그냥 미남이라고 하면 북한의 최고 미남은 김일성인데 그 논리를 어떻게 이기느냐"고 했다.

하 의원은 앞서도 SNS 등을 통해 '김일성 가면' 논란에 불을 지폈고, 이로 인해 어떤 의미로 유명세를 끌기도 했다. 이날 라디오 진행자는 그를 소개하며 '굉장히 핫하다'고 했고, 하 의원 본인도 의기양양하게 "불이 났다. 거의 화재가 났다"고 말을 받기도 했다.

하 의원은 "통일부가 '미남 가면'이라고 했다. 그것은 제 주장을 반박한 게 아니라 제 주장을 오히려 도와주고 옹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왜냐하면 북한의 최고 미남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북한은 하나의 기준밖에 없다. 북한이 그래서 수령 사회"라는 거였다. "최고의 미남은 김일성이다. 특히 북한 기성세대, 집권층에게는"이라고도 했다.

'북한에서 미남이라고 하면 오로지 김일성이라는 것이냐'는 지적에 그는 "다양한 미남들이 있지만 최고의 미남(은 김일성)"이라며 "그러니까 한 번 보시라. 한 사람의 사진을 다같이 가지고 나왔지 않느냐. 그럼 그 사람 누구냐"고 했다. 그는 이어 "그 가면 사진, (북한 배우) 리영호, 김일성 젊을 때 사진 3개를 놓고 판단해 보라"며 "그러니까 리영호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가면이) 김일성 수령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두 파로 나뉘어 있는데 한 분은 특정인이다 그래서 리영호 나오고, 또 한 사람은 김일성 대역 배우다(라고 하는데), 김일성 대역 배우면 김일성 수령이지. 그렇지 않으냐"고 했다.

'북한이 신격화하는 김일성 얼굴을 어떻게 가면으로 만들었겠느냐'라는 상식적 지적에도 하 의원은 적극 반론을 폈다. 그는 "어떻게 수령님 얼굴에 구멍을 뚫느냐? 제가 물어보겠다. (라디오) 사회자 눈에는 구멍이 있느냐, 없느냐"며 "눈구멍이 있다. 그게 동공이다. 뚫려 있다"라고 했다. 그는 "구멍을 안 뚫으면 쓰는 사람이 답답하잖아요. 수령님이 인민들을 생각하는데"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그 구멍을 누가 뚫었느냐. 노동당에서 뚫었다"면서 "당이 결정했고 '당이 결심하면 인민은 한다'가 북한 철학이다. 북한 사회 구조상 누가 구멍을 뚫겠느냐? 구멍 뚫는 것에 대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동의를 한 것이다. 어떻게 동의 안 했는데 저런 현상이 발생하느냐"고 했다. 북한에서 '태양상'으로 떠받드는 김일성 주석 얼굴 형상에 구멍을 뚫기 위해서 현재 북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결심이 있었다는 주장인데, 하 의원이 말한 '어떻게 김정은이 동의 안 했는데 저런 현상이 발생하느냐'는 의문은 사실 그 얼굴이 김일성의 것이 아니라면 간단히 해소된다.

하 의원은 나아가 "이번에 한국에 내려와서 전반적인 행사를 기획하고 (한 것은) 제가 볼 때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결정했다"는 가설을 제기하며 북 최고지도자 남매의 외국 유학 경험에 빗대어 "김정은 위원장이나 김여정 제1부부장은 북한의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수령화로 세뇌돼 있지 않다. 북한 주민들하고 완전히 다르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굉장히 파격적인 정치를 한다. 예를 들어 김정일 위원장은 허용하지 않았던 휴대폰을 북한 안에 허용했다"며 "그러니까 '신세대 우상화'를 한국 와서 실험을 한 것"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폈다. 그는 "북한에서는 이런 실험을 못 한다. 충격을 받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신세대 우상화'에 대해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김정일)와 다른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은 연애 안 했을까? 김일성 주석은 연애 안 했겠느냐? (…) 김정은 위원장이 훨씬 혁신적인 것이고, 북한 안에서는 이런 실험을 못 하니까 하늘에 있던 김일성 주석을 땅의 민중 속으로 들여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테스트를 해 본 것이고, 이게 저 때문에 실험이 좌절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의 새로운 주장과 가설에 대한 여론 반응은 하 의원 본인의 소개처럼 '핫'했다. tbs 방송국으로 온 항의 메시지가 "5000통을 돌파"(라디오 진행자)했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도 다운됐다고 한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하 의원이 '김일성 가면'에 대한 집착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해당 가면이 김일성을 '연상시킨다'로 한 발 물러서는 듯하더니, 오늘 또 갑작스레 김일성이 맞다면서 '북한의 새로운 우상화 전략'이라는 참신한 주장을 들고 나왔다"며 "'김일성 가면'은 이미 쉰 떡밥임이 드러나 색깔론의 거두인 자유한국당조차 더이상 언급하지 않음에도 쓸쓸히 홀로 주장하는 줏대가 참으로 가상하다"는 논평을 냈다. 이 논평 제목은 "하태경 의원, 그만하면 됐다"였다.

김 부대변인은 "'내가 김일성이라면 김일성'이라는 말은 남영동 고문경찰이나 할 법한 주장"이라며 "한 때는 독재정권에 맞서 조국통일과 민주화를 꿈꾸던 열혈 청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돌변할 수 있는지 세월이 참으로 무상하다"고 통탄했다. 김 부대변인은 "오늘 바른정당이 중도정당인 국민의당과 합당하는 만큼, 정신의 무게추를 좀 더 중간으로 옮겨보는 게 어떨까. 국민들로부터 '세비 아깝다'는 소리는 그만 들을 때가 됐다"고 비꼬았다.

하 의원은 바른정당 최고위원에 이어, 이날 출범하는 통합신당 '바른미래당'에서도 지도부의 일원이 됐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이날 오전 통합대회를 앞두고 연 양당 수임기구 합동회의에서 하 의원 등 4인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기사를 끝까지 읽으셨다면…

인터넷 뉴스를 소비하는 많은 이용자들 상당수가 뉴스를 생산한 매체 브랜드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온라인 뉴스 유통 방식의 탓도 있겠지만, 대동소이한 뉴스를 남발하는 매체도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은 독립·대안언론의 저널리즘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저널리즘에 부합하는 기사에 한해 제안 드립니다. 이 기사에 자발적 구독료를 내주신다면, 프레시안의 언론 노동자, 콘텐츠에 기여하는 각계 전문가의 노고에 정당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쓰겠습니다. 프레시안이 한국 사회에 필요한 언론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