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코, 해충 아닌 노조 박멸?
2018.01.27 14:25:56
[작은책] 더 감시할 테니, 더 경쟁하고 더 실적 올려라
3000명 직원 가운데 매년 1000명이 퇴사하는 세스코

쥐와 바퀴 박멸, 해충 박멸하는 회사 '세스코'라고 들어보셨죠? 우리나라 민간 방역 시장의 90퍼센트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회사랍니다. 85개 지사에 3000명 정도가 일하고 있어요. 전순표 회장이 둘째 아들에게 물려주어 전찬혁 사장이 99퍼센트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비상장 가족 회사죠. 연 매출 2100억 원을 올리는 회사입니다. 고객이 편한 시간대에 맞춰 방역·소독 업무를 해야 하기에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지요. 그런데 매년 3분의 1이나 되는 1000여 명이 회사를 떠난답니다.

과도한 경쟁과 평가에 따른 실적금, 그리고 감시와 죄인 취급

저희 차량에는 GPS가 장착되어 있어요. 그리고 업무용 핸드폰을 주는데 여기에는 위치 추적 프로그램이 깔려있습니다. 고정임금은 기본 최저임금에 (이마저도 2015년에는 위반을 했어요) 얼마나 실적을 올렸는가에 따라 개별 평가, 집단 평가를 하고 이에 따라 실적금이 달라집니다. 새로운 고객사를 만들고, 방역 소독하고 수금하고, 미수금 관리하고, 신제품 나오면 판매 영업도 하고 이러한 것들을 모두 평가해서 실적금에 반영이 되지요. 고정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이라 가정에 보탬이 되려면 실적을 올리려 혈안이 될 수밖에 없죠. 목 좋은 구역은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고, 실수하면 집단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는지라 죄인 취급받고 스스로 버티지 못하고 매년 1000명이 들락날락합니다.

▲ 세스코 노조 집회 모습. ⓒ김병덕


목숨 걸고 일해도 '도너츠 네 조각', '최저임금 위반'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떠오르네요. 국민 모두가 감염될까 두려워 옆에서 기침만 해도 멀찌감치 도망치던 그때 말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그때도 목숨 걸고 고객사 방역·소독하고 영업하면서 일했습니다. 두려워하면서도 말이죠. 정말 많이 뺑이쳤습니다(군대 은어). 그런데 사태가 진정되고 고생했다고 직원들에게 도너츠 네 조각을 주더군요. 서러워서 눈물 많이 났습니다. 노조가 만들어지고 알았지만, 세스코는 그 당시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조차도 위반했더군요.

회유와 탄압을 이겨내고 노조가 출범하다

이렇게 열악하면 노조가 있을 법한데 저희는 40년간 노조가 없었어요.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85개 지사 가운데 어디가 노조를 준비하면 그 지사를 없애 버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2017년 2월 노조를 출범하게 됩니다. 물론 사전에 세스코는 이를 파악하고, 노조 출범을 추진하는 저와 동료가 사는 지역에 인사팀을 내려보내 밀착 마크(1대 1 감시)를 하였어요. 너무 절박하여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민주노조 주동자다"라고 공개하며 노조의 출범을 알렸습니다. 세스코에 노조가 생겼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자 순식간에 652명의 동료들이 노조에 가입했죠. 회사는 서로 소통하지 못하도록 업무용 스마트폰 전화번호를 모두 바꿔 버리더군요. 노조를 알리는 사내 게시판조차도 활용하지 못하게 했죠. 원천적으로 차단했어요.

김앤장 뒤에 숨어 버린 세스코

노조가 만들어지고 저희가 처음 접한 세력이 '김앤장 법무법인'입니다. 교섭하기 위한 절차를 고의로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넣으니 세스코를 대신해서 김앤장이 나오더군요. 권력과 돈 있는 사람을 대변한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그 김앤장 말입니다. 서글펐습니다. 조합원들과 우리 동료들을 박멸 대상으로 여긴다고 느껴져서요.

급기야는 인사1실을 만들고서 외부에서 노무관리자들을 영입해 오더군요. 여기에는 노조 파괴로 악명 높았던 '창조컨설팅' 연루자도 있었습니다. 교섭 장소조차 회사 건물은 사용하지 못 하게 하고, 노조는 연차 써서 교섭 나오라 하고 마치 자기가 이야기하면 법이라는 식이었습니다.

더 감시할 테니, 더 경쟁하고 더 실적 올리라는 세스코

2018년에 최저임금이 오르죠. 세스코는 최저임금 인상 비용을 줄이려고 부단히 애를 씁니다. 영업비밀보호 각서를 써야 지급하는 비밀보호수당의 이름을 직무수당으로 바꿔서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을 시키고, 고정적으로 책정한 시간외근무 400시간을 260시간으로 줄이려 하죠. 노조에는 어떤 안도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직원들 동의서를 강제하여 임금제도를 불이익하게 변경하려 합니다.

매출 실적 목표치를 더 높이고,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한다면서 실제 일하는 시간을 모바일을 통해 더 세밀하게 체크하고 감시한다고 하고요. 이것을 세스코 전찬혁 사장은 '미래형 근무제', '루트 최적화', '임금 대폭 인상'이라고 자랑하고 다닙니다.

▲ 세스코 노조 집회 모습. ⓒ김병덕


노조 조끼 안 벗으면 구역 조정, 근무 대기, 징계 협박하는 세스코

최소한의 항의 표시로 11월부터 노조 조끼를 입고 근무했습니다. 물론 쟁의신고를 하고 말이죠. 무조건 벗으랍니다. 문제 생기면 노조 탓이랍니다. 일하는 구역을 조정, 보직 박탈, 사무실 대기로 협박합니다. 지사장, 팀장은 조끼 안 벗으면 자기들이 다친다고 벗어달라고 부탁합니다. 본사의 지시라고 말입니다. 어차피 법으로 가면 계속 항소해서 시간 끌면서 노조 깨면 된다고 하더랍니다. 이미 한 파트장은 직책 면직에 원거리 발령에 정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물론 최근에 '부당 징계'라고 판결받았습니다. 회사 말대로라면 재심에 항소를 거듭하겠지요. 김앤장은 계속 변론하며 돈을 벌고요. 세스코가 이런 회사입니다.

노조 대표 자리에 CCTV

출입구로 향해 있던 CCTV카메라 렌즈가 어느 순간 노조대표 자리로 향해 있습니다. 고정해 놓은 거죠. 금품 등 도난 방지라고 이야기하는데 정작 금고나 캐비닛 등을 비추지 않습니다. 노조대표가 사무를 보는 자리를 향해 있을 뿐이지.

노조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회사가 노조를 그토록 괴롭히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요. 제 맘대로 하지 못해서겠지요. 맨날 참고 기다리라던 회사가 업무용 차량을 바꾸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시행한 상조회비, 작업화 구매 비용을 임금에서 공제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위반하지 않았다고 오리발 내미는 회사가 원인 모를 돈을 통장에 꽂아 줬습니다. 회사가 직원들 이간질에 동원시키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팀장과 파트장의 수당을 올렸습니다. 2017년에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임금체계 변경을 막아냈습니다. 그리고 부당한 처우에 부당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1천 명이 들락날락했던 퇴사자가 줄고 있습니다.

세스코 조합원들에게는 유독 추운 겨울입니다. 그러나 이 겨울은 봄의 생명을 잉태하듯이 추위를 이겨낸 세스코 조합원들은 일터에서. 그리고 삶의 주인으로 새롭게 태어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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