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IMF 세대입니까?
2017.12.07 02:42:15
[프레시안 books] <IMF 키즈의 생애> IMF 30대의 아직 불안한 오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외환 위기(이하 IMF로 통칭)가 올 겨울로 딱 20년이다. 예상보다 언론의 조명 강도는 조금 약했고, 사람들의 관심은 그보다 미미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10년 만에 일어난 이 사건은 실제 민주화만큼이나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어느새 사회적으로는 거론의 가치가 그리 크지 않은 과거지사가 된 듯하다. 

하지만,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과거를 되새긴다. 예컨대 환란 직후 대학생이 된 이들 중에는 입학 직후 집안의 사정으로 대학 생활을 접어야만 하는 이가 있었고, 조금이라도 빨리 입대하려는 친구들로 인해 대기자가 되고서야 군대에 갈 수 있었던 이가 많았다. 대학 입학 상담 시 선생님들은 약속이나 한 듯 오직 경영학, 경제학, 행정학, 그리고 교육학 전공을 권유했다. 취업에 유리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로 선택된 전공 학문이다. 

그들은 1996년 연세대 한총련 사태 이후 급격히 퇴조한 대학 운동권의 변화를 (당시는 그 의미를 몰랐으나) 한가운데에서 겪어내기도 했다. 운동권 학생회를 향한 학생들의 비판이 학내에 팽배했고, 학과제는 학부제로 변해 학생 집단이 파편화되기 시작했다. 

모두가 강제로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서 급변하는 시대에 맞서야 했다. 개인의 성공을 기원하는 광고(여러분, 부자 되세요!)가 범람했고, 개인의 발견은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모든 것이 해체되는 시기, 붙잡아야 할 건 개인뿐이었다. 이들은 가정에서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시기, 변화의 의미도 모른 채 변화의 선봉에 서야만 했다. 

전직 기자인 안은별이 쓴 <IMF 키즈의 생애>(코난북스 펴냄)는 IMF 시대에 십대를 보내고 사회의 출발점에 선 이들 일곱 명과의 인터뷰집이다. 

이쯤 되면 이 인터뷰집에 등장한 이들이 어떤 사람일 지 대략 짐작이 간다. 틀림없이 IMF 환란으로 인해 가계경제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고, 그로 인해 인생의 지표가 엇갈렸고, 꿈꾸던 삶을 포기해야만 했고, 이렇게 역경을 딛고 저렇게 좌절에 침몰한 이야기들...

책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는 지점이 여기 있다. 책은 단순히 주인공들의 불행 겨루기에 머물지 않는다. IMF는 어디까지나 인터뷰이 일곱 서사를 구성하는 조건일 뿐이다. 책의 목적은 그 시기에 십대 시절을 보낸, 지금은 30대인 이들의 삶의 서사를 풀어놓는 데 있다. 따라서 IMF 외환위기라는, 유별나게 강력했던 외부충격은 이 책에서 삶을 견뎌나가야 하는 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질곡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소화된다. 

▲ <IMF 키즈의 생애>(안은별 지음, 코난북스 펴냄) ⓒ프레시안

책이 더 집중한 지점은 인터뷰이 삶의 이력으로 보인다. 서문에서 저자가 강조했듯, 저자는 여러 통로로 최대한 다양한 조건에 걸친 사람들을 인터뷰이로 섭외하려 애썼다. 한때 진보정당 운동에 투신했다 현재는 국민의당에서 일하는 여성, 전형적인 엘리트로 자라나 지금은 부유한 삶을 살아가는 전문직 워킹맘, 일찌감치 주변부에서 성공이 아닌 다른 무엇을 지향점으로 잡은 지역의 청년 등이 주인공이다.  

따라서 IMF보다 더 중요한 키워드는 오늘날 삼십대의 삶을 어떻게 조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관한 저자의 답이다. 격변기 여성으로서 대학 문턱에 들어간 이들이 어떻게 사회와의 불협을 찾아내고 이를 극복했는지, 결혼이 현대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청년으로서 살아간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주류 질서에 편승하지 않고 성인이 된 이가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다양한 삶의 이력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로 책은 풀어낸다.

이 책은 IMF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IMF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나칠 삶의 통과의례로 재해석된 IMF는 개인의 서사 속에 녹아든다. 그리고 개인의 서사를 통해 우리가 사는 오늘을 바라보게끔 한다. 

IMF라는 단어의 무게감에 함몰되지 않고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점은 명민한 선택으로 보인다. 저자가 당부했듯, 이들 개인의 삶으로 'IMF 키즈의 생애'를 진단해서도 안 되며, 진단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한 인터뷰이들의 어제와 오늘은 모두 다르다. '중산층'의 삶을 조금 더 넉넉하게 누리는 이부터 일찌감치 가정의 병풍 없이 홀로 세상을 헤쳐가야 했던 이의 이야기까지, 저자는 비록 인터뷰이 선택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하지만 인터뷰의 충실함은 이를 겸손으로 이해하게끔 한다. 

굳이 이 책에 등장한 인터뷰이들의 공통점을 꼽아보는 건 가능하다. 아직 이들은 불안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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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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