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가락이 잘린채 질질 끌려나왔다"
2017.12.05 10:46:09
[법이 허락한 폭력 ①] 궁중족발을 덮친 '강제집행'이란 합법적 폭력

출입금지 스티커와 법원 고지장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저녁 시간이면 늘 사람들이 북적거렸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사람 한 명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 됐다.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는 우편함, 그리고 쇠사슬로 잠긴 문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울 서촌에 있는 궁중족발. 김우식(55) 씨와 윤경자(50) 씨는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이곳에서 손님들에게 족발을 팔았다. 하지만 강제집행 이후 장사는 중단됐다. '건물주님 상생합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있나' 궁중족발 출입문 바로 앞,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세워진 차에 조악한 손 글씨들로 지난 강제집행의 상황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짐짝처럼 질질 끌려 나왔어요." 


윤경자 씨는 지난 11월 9일 있었던 강제집행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 날, 금천교시장엔 남편인 김우식 씨의 손가락 4개가 찢겨나가며 피가 흩뿌려졌다. 소방관들이 거리에 물을 끼얹자 하수구로 남편의 피가 씻겨 흘렀다. 


"지난주까지 울기만 했어요.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나... 신이 야속했어요. 강제집행 과정 중 남편은 손가락이 잘리고 저와 일하던 이모는 짐짝처럼 질질 끌려나와 내동댕이쳐졌어요."


윤경자 씨는 한 곳을 응시하며 말을 했다. 그의 시선 끝에는 여기저기 집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 지난 9일 있었던 강제집행 과정 중 손가락이 부분 절단 돼 응급조치를 받고 있는 김우식 씨. ⓒ김은석


'강제 집행'이란 이름의 합법적 폭력


지난 9일, 오후 4시께 검은색 옷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용역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말끔한 양복을 입은 집행관은 그들의 뒤를 따랐다. 목장갑을 낀 젊은 용역들은 윤경자 씨와 일손을 돕는 아주머니의 사지를 들어 이들을 끌어냈다. 그 아수라장에서 집행관은 서류를 보며 집기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가게 안에서 버티던 김우식 씨는 용역에게 끌려 나가지 않으려 조리대를 잡았다. 그러자 4~5명의 용역이 그에게 달려들어 힘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손가락 네 개가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주방기구에 끼었으나 용역들은 이를 무시했다. 그의 다리를 들어 계속해서 끌어냈다. 


젊은 남성들의 힘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결국, 김우식 씨는 건물 밖으로 질질 끌려나왔다. 그 과정에서 그의 손가락 4개가 주방기구 사이에 끼어 부분 절단 됐다. 그가 끌려나온 자리마다 핏방울이 맺혔다. 이 참혹한 모습은 지난 9일 2차 강제집행 상황을 담은 궁중족발의 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손가락이 잘려나가도 집행관은 빨간 딱지를 붙이며 강제집행을 계속 했어요. 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잖아요. 억울하게 죽느니, 여기서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몸에 시너를 뿌렸어요. 현장에 경찰도 있었는데 저지하는 사람은 없고 용역만 와서 냄새를 맡고 갔어요." 


김우식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집행과정에서 세입자 손가락이 절단됐을 뿐만 아니라 세입자가 몸에 시너까지 뿌린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집행관은 아무런 감독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 씨는 신촌 연세병원에서 왼손 네 개의 손가락에 대한 봉합수술을 받았다. 네 손가락 중 새끼손가락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여전히 강제집행의 불안에 시달렸다. 인터뷰하는 내내 그는 문 앞을 서성거렸다. 잠시도 문 근처를 떠나지 않고 수상한 사람들이 없는지 가게 앞에 설치된 CCTV를 살피는 그였다. 


"원래 집행이라는 게 사람을 끌어내는 게 아니라 집기를 철거하는 거잖아요. 물건을 건물 밖으로 내놓는 거예요. 그런데 그건 법일 뿐이에요. 강제집행 현장에서는 의미가 없어요. 법이 그렇다 해도 집행관들은 이를 지키지 않거든요. 집행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 CCTV 앞을 떠나지 않던 김우식 씨. ⓒ프레시안(박정연)


"새 건물주가 하루아침에 월세를 4배나 올렸어요"


서촌의 금천교 시장 한 모퉁이에서 분식집과 포장마차를 하던 김 씨 부부는 매일 18시간 넘게 일을 했다. 9년 동안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근처에 가게 하나를 얻었다. 그곳에서 '궁중족발'이란 간판을 달고 장사를 시작했다. 


이 부부가 장사를 시작했을 때는 동네 사람들만 이용하는 작은 가게였으나 지난 3~4년 사이 서촌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급격히 일어났다. 그리고 2년 전 새로운 건물주가 들어섰다.


건물주가 바뀌면서 이 작은 족발집의 일상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새로 온 건물주는 이미 여러 채의 건물을 소유한 부동산 투자자였다. 건물주는 기존 294만 원이던 궁중족발의 월세를 1200여만 원까지 올렸다. 보증금은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렸다. 네 배 가까이 오른 월세는 세입자에게 퇴거 통보나 다름없었다. 


김 씨 부부가 족발 한 접시 팔아 받는 돈이 2만8000원. 월세 1200만 원을 내려면 430개의 족발을 팔아야 했다. 반면, 2016년 1월에 건물을 매입한 건물주는 2017년 11월 공시지가로만 7억 이상의 이익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월세를 올리는 것은 우리같이 장사하는 사람한테는 나가라는 소리나 다름없었거든요. 계속 버텼더니 저희보고 나가라고 ‘명도소송’이란 것을 했어요.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기 전에 서로 조정을 하라고 했는데 건물주가 ‘권리금이고 뭐고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했죠.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5년이 지난 세입자는 보호받을 수가 없어요. 저희가 패소한 이유죠."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해당 건물을 점유한 세입자가 스스로 부동산을 인도해주지 않을 때, 건물주는 명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건물주가 소송에서 이기면 국가의 강제 권력이 부동산 인도에 개입할 수 있다. ‘강제집행’을 통해 해당 건물을 건물주에게 양도하는 것이다. 


김우식 씨의 손가락 네 개가 잘린 이유다. 


이 곳에 '사람'이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낸 게 아니라고 했던가. 강제집행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김 씨 부부는 매일 자신의 가게를 지키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김 씨 부부와 함께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기도회, 목요일에는 족발학당, 그리고 수요일에는 '궁중족발을 지키기 위한 수요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인디 음악가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연대를 하고 있다.  


▲ '궁중족발'을 지키기 위한 수요문화제에서 노래를 부르는 구자혁 씨. ⓒ프레시안(박정연)


인디 음악가 장명선 씨도 수요문화제에서 '강제집행'이라는 곡을 노래했다. 손가락이 절단된 궁중족발 사장을 위로하기 위해 곡을 썼다.


이곳에 사람이 있어요

이곳에 우리가 있어요

아무리 모른척해도

우리가 있다고요


궁중족발의 분쟁을 처음부터 도왔던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와 근처 상인들은 지금도 순번을 돌아가며 궁중족발의 밤을 지키고 있다. 지금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폭력적인 강제집행의 불안함은 여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곳에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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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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