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존재가 알아야 할 진실
2017.11.25 23:31:10
[프레시안 books]<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

입으로 들어간 음식은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준다.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삶이 정해져간다. 당신이 회사를 다닌다면 그저 밥을 사 먹는데 만족할지 모른다. 몸에 좋은 재료를 찾으며 손수 요리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음식을 먹을지 선택할 뿐, 직접 만들지 않으면 음식 감각은 퇴화해 간다. 조미료를 줄이고 건강한 맛을 찾는 감각, 공장이 아닌 자연에서 자란 재료를 찾는 감각, 그리고 민주주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가 음식이라는 음식 주권의 감각이 그것이다.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 (반다나 시바 지음, 우석영 옮김, 책세상 펴냄)는 음식주권 감각을 키워주는 책이다. 음식이 맛없고 위험하다고 불평하는 누군가를 푸드 민주주의자로 만드는 교과서이다. 인도 출신 물리학자이자 환경 사상가, 환경 운동가인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는 철학과 사상, 시사와 과학 증거를 동원하여 이 책을 썼다. 지은이는 현장에서 음식주권을 위해 싸워온 활동가답게 대립구도로 음식과 관련된 쟁점을 정리했다. 이분법 구도는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산업과 농업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선순환 한다고 믿는 이에게 저자는 맹목적으로 보일 수 있다.

 

▲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 (반다나 시바 지음, 우석영 옮김, 책세상 펴냄) ⓒ프레시안

 지은이는 각 장 제목도 문제의식과 대안 제시라는 대립 항으로 만들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철학과 사상이 중심인 1장보다는 자신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이 담긴 장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2장 화학비료가 아니라 살아 있는 토양, 4장 독과 살충제가 아니라 벌과 나비, 5장 대규모 산업형 농업이 아니라 소농 정도가 우리네 일상과 관련된 장이다. 달걀 살충제 파동으로 평소 좋아하던 달걀을 먹지 못했다면 4장을 읽는 식이다. 지은이는 작물과 식량에 뿌려지는 살충제는 화학전 물질로부터 유래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독자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떤 맥락으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지를 알게 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말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 펴냄)에서 유홍준 교수가 책을 소개하며 쓴 문장이다.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에도 제법 어울린다. 당신이 이 책에 빠지게 된다면, 그간 음식을 사랑했던 만큼 음식을 둘러싼 세계를 보게 된다. 그 때 당신은 그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당신이 생태주의 편에 서서 음식을 먹기를 원한다. 작게는 식탁에 쓸 재료를 선택하는 일부터, 크게는 사상과 지식과 문화의 전쟁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산업 패러다임'으로부터 나온 음식과 '생태 패러다임'으로 만들어진 음식 중 어느 음식을 먹을 것인가. 음식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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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 기자
fara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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