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자본주의의 결말은? 파멸이다
2017.11.23 00:33:14
[서평] <땅과 집값의 경제학>
태초에 땅이 있었다

"땅을 사세요. 땅은 더 이상 새로 만들어지지 않으니까."(마크 트웨인)

"어떤 나라의 땅이 모두 사유재산이 되어버리면 그 즉시 지주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결코 씨를 뿌린 적 없는 곳에서 수확하기를 좋아하고 자연이 만든 생산물에서도 지대를 요구한다."(<국부론>,1776년, 애덤 스미스)

"토지독점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독점은 아니지만 독점 중에서 단연코 가장 중요한 독점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토지독점은 영원한 독점이고 모든 독점의 어머니다."(윈스턴 처칠)

"지난 세기에 걸쳐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다른 대출에 비해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1928년과 1970년에 은행에서 1순위로 여긴 업무는 사업체에게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7년, 거의 모든 나라의 은행들은 주로 부동산 담보대출 업체로 변했다."(오스카 조르다 외, 2016년)

"미국과 영국 경제에서 (…) 주민들은 엄청난 빚을 안은 채, 투기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개인의 이동성을 저해하는 고정자산에 투기하는 사람들이 되었다."(마틴 울프, 2008년)

"심화되는 불평등과 소득 대비 자산 비율의 증가는 토지가치 및 지대의 증가와 연관되어 있다."(조지프 스티글리츠)

▲<땅과 집값의 경제학>, 조시 라이언-콜린스, 토비 로이드, 로리 맥팔렌 지음 ⓒ

부동산이 불평등과 주기적 불황의 원흉이다

사람 중심의 새로운 경제건설을 추구하는 3인(조시 라이언-콜린스, 토비 로이드, 로리 맥팔렌)의 영국 경제학자들이 함께 쓴 <땅과 집값의 경제학>(원제 Rethinking the Economics of Land and Housing, 2017)의 각 장의 서두에 올려놓은 위의 인용문들은 이 책의 문제의식과 핵심내용을 정확히 집약하고 있다.

위의 인용문들을 받아 <땅과 집값의 경제학>을 간략히 요약하면, '대체불가능하고 가치는 증가하는 땅이라는 재화가 사유화되고, 토지사유제 하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지주가 독점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20세기말 경제사회적 활로를 찾지 못한 정부와 시민들이 부동산(땅과 주택) 가격의 상승에서 경제사회적 출구를 찾았고, 그런 집단적 움직임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및 이에 기반한 금융증권화와 맞물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그리고 이젠 주요 선진국에서 어디에, 어떤 유형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지가 부의 결정적인 척도가 되었고 불평등의 가장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정도가 될 것이다.

저자들도 책 말미에 책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요약하였다.

■ 15세기가 시작되면서 땅이 거래가 가능한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이전에 공유지였던 땅이 사유지로 바뀌었다.

■ 20세기 초반에 신고전 경제학이 대두하고 모든 생산요소에 소득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규정하는 보편적 과학원리가 발달했으며 주요 산업이 농업에서 공업생산과 서비스쪽으로 이동함으로써 생산과정에서의 땅의 역할이 모호해졌기 때문에 경제이론에서 지대와 땅이 소외되었다.

■ 경제이론이 위와 같이 변화한 결과 정부들이 땅과 부동산에 부과하는 세금을 폐지하는 대신 소득과 지출의 흐름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고, 유럽 사회민주주의 모형에서는 이런 경향이 확고히 굳어졌다.

■ 20세기 후반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지고 주택소유의 관문이 넓어지면서 주거 자본주의가 등장했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는 주택공급을 중단하는 대신 개인이 지대를 지불하거나 시장에서 집을 살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바꾸었고 주택소유가 다른 보유형태에 비해 정치적으로 우선시되었다.

■ 금융부문에서 규제가 더욱 완화되고 금융혁신이 일어나 은행들이 생산활동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 주는 업무를 선호하게 되었다.

■ 결과적으로 주택시장과 토지경제 전반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땅과 집값의 경제학>에서 인용한 아래 그래프들을 보면 20세기 후반 이후 선진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상승했는지와 부동산 자산의 소유편중도(불평등도)가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이제 은행은 더 이상 가계로부터 예금을 받아 기업들에게 대출해 주는 것이 본업이 아니다. 은행은 부동산담보대출 기관으로 완벽히 변모했다. 영국의 경우 땅과 관련된 대출(건설자금 제외)이 1986년에 국내총생산(GDP)의 30%였으나 최근엔 70~80%에 이른다.

부동산의 금융화와 대출기관들의 경쟁적인 주택담보대출, 셀프오너십 소사이어티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선진국 정부의 정책, 부동산을 가장 강력한 부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시민들의 집단의식 등이 어우러지면서 이른바 주거 자본주의가 완성됐다. 그리고 주거 자본주의의 결과는 파멸적이다. OECD회원국 평균 상위 10%의 자산이 하위 50% 자산 총량의 5배, 하위 10% 자산 총량의 875배에 달할 정도로 말이다.

끝으로 저자들은 땅과 집이 야기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들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땅과 부동산의 소유 형태를 다양하게 하는 방법(토지의 공적소유, 토지의 강제수용, 사유지 투자와 핸드 풀링, 지역공동체의 토지소유와 비시장 모형들), 조세제도 개혁(토지세와 재산세 증세), 대출과 관련된 금융시스템 개혁(금융 규제와 신용규제 제도 시행, 은행부문의 구조 개혁 시도, 정부주택과 주택투자은행 증가, 은행부채 금융의 대체수단 마련), 다양한 주택 보유형태의 구축(차별화된 보유형태의 시행, 판매가치률 제한, 저비용 임대주택 보급), 개발계획 시스템의 개혁, 경제이론과 국민계정의 변화 시도(경제이론에 땅의 역할을 포함, 국민계정에 땅을 포함, 공공부문 부채의 측정)등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을 탈피할 수 있는가?

<땅과 집값의 경제학>의 저자들은 선진국 그 중에서도 영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땅이 어떻게 사유화되었는지, 지대의 실체가 무엇인지, 부동산이 어떻게 금융화되었는지, 주거 자본주의시대의 불평등의 심화 정도는 어떠한지, 부동산이 야기하는 불평등을 완화시킬 정책수단들은 무엇인지 등을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GDP대비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을 정도로 부동산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남기업 외 3인이 쓴 '부동산과 불평등 그리고 국토보유세'라는 논문을 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부동산 소득(실현 자본 이득+임대소득)을 추산하고 있는데 2007년 같은 경우 부동산 소득이 443.4조 원(실현 자본 이득 275.5조 원+임대소득 167.9조 원)으로 무려 GDP의 42.5%에 달했다. 최근인 2015년은 부동산 소득이 482.1조 원(실현 자본 이득 227.0조 원+임대소득 255.1조 원)으로 GDP의 30.8%에 달했다. 사정이 한결 나쁜 건 이처럼 천문학적인 부동산 소득이 극소수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액 기준으로 2013년 현재 개인 토지 소유자 상위 1%가 전체 개인 소유지의 26%(상위 10%는 65%)를, 법인 토지 소유자 상위 1%는 전체 법인 소유지의 75%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토지 소유 불평등도는 극심하다.

'부동산 공화국' 혹은 '투기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좋을 대한민국의 현실을 발전적으로 지양하는데 <땅과 집값의 경제학>은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는 점, 지금은 부동산과 금융과 부동산 소유자들의 정치적 선호와 지지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 부동산 시장 안정과 지대의 공적 환수는 공급·세제(보유세, 양도세, 각종 개발이익환수장치)·대출·공적임대 등의 정책패키지가 정교하게 설계되고 집행되어야 가능한 정책목표라는 점, 부동산에 인질이 된 중산층과 메가 딜이 가능한 정책수단의 마련이 간절하다는 점 등을 꼭 집고 싶다.

다행히도 대한민국에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라 할 지대를 경제에 충격을 덜 주는 방식으로 공적으로 환수하는 방법에 대한 정책대안들이 이미 제출된 상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가 제안한 지대이자차액세(지가의 이자 중 지대를 초과하는 부분만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과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등이 제안한 국토보유세 3종 세트(종부세를 폐지하고 국토보유세라는 세목을 신설하는 것으로, 국토보유세는 토지에만 보유세를 누진적으로 부과하며, 징수된 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 형식으로 지급한다. 지급의 형식은 현금이 아니라 지역상품권이나 지역화폐다)방안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당국자들이 지대이자차액세 및 국토보유세 3종 세트를 정책에 반영한다면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과 작별하는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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