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간 금전 거래, 돌려받을 수 있을까?
2017.11.25 14:13:49
[작은책] 증여인지, 대여인지 명확히 해야…
은영 씨는 지인을 통해 연하인 명광 씨를 소개받았으며, 명광 씨의 구애로 교제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명광 씨는 자신의 소득과는 상관없이 과소비를 하여 왔고, 이따금 은영 씨에게 금전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은영 씨는 명광 씨가 어린 탓에 사회 경험이나 경제관념이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때때로 돈을 송금하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명광 씨의 금전 요구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급기야는 자동차 구매 대금 등 거액의 금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은영 씨는 본인의 경제적 사정이 점차 어려워져 갔지만, 명광 씨를 믿고 거액의 금전까지 빌려주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은영 씨에 대한 명광 씨의 연락이 차츰 줄어들었고, 명광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은영 씨에게 이별을 통보하였습니다. 이후, 은영 씨는 명광 씨에게 연락하여 빌려준 금전을 돌려 달라고 하였으나, 명광 씨는 조건 없이 받은 돈이니 돌려줄 수 없다는 말로 거절하였습니다. 정말 은영 씨는 교제하는 동안 빌려주었던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 걸까요?

증여인가? 대여인가?


ⓒ이동수

위와 같은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들로, 연인 사이에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쉽게 돈이 오고 가다가 연인 사이가 정리된 후에는 위와 같은 금전 거래로 인하여 다툼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다툼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조건 없이 받은 돈이냐, 아니면 빌린 돈이냐'의 문제로, 법률적으로는 '증여'인지 '대여'인지에 대한 특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게 됩니다. 연인 사이에 애정이 깊을 때는 상대방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기타 금전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꺼내면,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고 이자 약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와 같은 이유로 연인 사이가 정리된 후에는 금전을 지급한 측에서는 빌려준 돈을 반환받기를 원하고, 다른 일방은 "빌린 돈이 아니라 조건 없이 받은 돈이다"라는 태도를 보이며 반환을 거절하게 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국 금전을 빌려준 측에서 분쟁을 최소화하거나,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증여인지 대여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러한 이유로 쌍방 간 합의를 통해 차용증을 작성하거나 최소한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라도 대여임을 밝힐 수 있는 대화 내용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용증 등을 작성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동수

그런데 연인 사이에서 차용증을 쓰기란 거의 쉽지 않은 일이며,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대여 사실을 확인하거나 남겨 두는 일도 흔치 않습니다.

우리 법원은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은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금원(金院)을 주고받은 두 사람이 연인 관계에 있는 남녀 간이라고 하여 금원 수수 원인을 바로 증여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고, 금원을 주고받은 경위, 금원의 출처, 액수, 반환 의사 유무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쌍방 사이에 오고 간 금액을 증여가 아닌 대여금이라고 본 사실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우리 법원이 단순히 고액의 금전을 지급한 사정만으로 대여금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지급 경위, 금전의 출처, 반환 의사의 유무 등 여러 가지 간접 증거들을 통해 증여가 아닌 대여금으로 판단하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은 경우라도, 최소한 대여금이라고 인정될 수 있는 여러 다른 정황들이 존재하여야 예외적으로 대여 사실이 인정된다 할 것이나,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다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연인 간 금전 거래에서 불분명한 여러 정황들에 의존하기보다는 차용증 등 명확한 증거를 남겨 두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라고 보입니다.

은영 씨의 경우에도 차용증 등을 작성하지 않았거나 명광 씨로부터 '돈을 갚겠다'는 취지의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갖고 있지 않는 경우라면, 명광 씨에게 지급한 금전을 대여금이라고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은영 씨가 명광 씨에게 지급한 금원이 명광 씨의 채무를 변제하는 등 그 목적이 특정되어 있다거나 그 액수가 은영 씨의 소득에 비해 상당히 큰 금액이라면 대여금으로 인정될 여지도 존재합니다.
다른 글 보기
월간 <작은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시사, 정치, 경제 문제까지 우리말로 쉽게 풀어쓴 월간지입니다. 일하면서 깨달은 지혜를 함께 나누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찾아 나가는 잡지입니다. <작은책>을 읽으면 올바른 역사의식과 세상을 보는 지혜가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