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밀월'…중도통합 '불씨 살리기'
2017.11.14 16:05:09
호남계 부글부글, 한국당-바른당 거친 설전
정치권의 뜨거운 의제로 떠오른 정계 개편과 관련, 바른정당 유승민 신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마주앉았다. 유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민의당을 찾으면서다.

유 대표는 14일 오후 국회 본청의 국민의당 대표실로 안 대표를 찾아가 만난 자리에서 "평소 안 대표와 국민의당 의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대로 열어 나가기 위한 개혁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많이 공감했다"며 "특히 지난번 김동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아, 이 분들이 우리 바른정당과 많은 부분에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 안보·경제·민생·정치개혁 등에서 생각이 많이 일치하는구나. 앞으로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협력할 부분이 굉장히 넓다'는 공감을 하며 경청한 적이 있다"고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유 대표는 "오늘 짧은 시간이지만 진솔한 대화를 통해서 양당 간의 협력, 또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견제·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어떻게 같이 할 수 있을까 대화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유 대표에 앞서 한 환영 인사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기득권 정치를 깨고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라고 두 당의 동질성을 강조하며 "함께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 일들에 대해 깊은 논의와 협력을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이후 비공개로 25분가량 이야기를 나눴고, 특히 후반부 10분은 배석자들을 모두 물린 상태에서 두 사람만 밀담을 주고받았다. 안 대표는 비공개로 한 대화 내용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크게 두 가지"였다며 "예전에 유 대표가 인터뷰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과, 정책 공조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유 대표가 과거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 햇볕정책과 호남 지역 기반을 포기하는 것이 통합의 조건'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알려진 데 대해, 취임 후 국민의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 '해명'을 했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전날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도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말한 것"이라며 "호남 배제, 이런 표현은 제가 쓴 적도 없고 제 마음 속이나 머릿속에 있지도 않다"고 길게 해명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유승민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

안 대표는 유 대표가 "오해"라며 "본인은 전혀 그런 의도로 얘기하지 않았다. 과거보다 미래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또 "다음 주(21일)에 우리 의원 워크숍이 있는데, 필요하면 그런 부분을 설명해 주면 좋겠다"고 유 대표가 말했다고 전했다. 통합 등 당의 진로를 놓고 격론이 예상되고 있는 21일 국민의당 의원총회 때, 자신의 '해명'을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유 대표가 말했다는 것.

유 대표 역시 자신이 했던 얘기에 대해 기자들에게 "국민의당이 21일에 중요한 토론회를 한다길래, 제가 지난번에 안보와 지역주의에 대해 (<중앙>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것은 '안보의 경우 보수정권이나 진보정권이나 모두 과거의 안보 정책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안보 위기 속에 있다. 앞으로 어떡할 것인지 미래를 보고 한 이야기다', '지역주의 부분도 제가 호남 배제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고, 정치를 제대로 해나가려면 아무도 해내지 못한 지역주의 탈피를 하자는 이야기다. 영호남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정치가 지역주의의 늪에 빠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드렸다"고 밝혔다.

다만 관심이 집중된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대와 관련해서는 두 대표 모두 말을 아꼈다. 안 대표는 "우리 당 내에서 지방선거 선거연대까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 우선 당장 예산과 개혁 입법이 현안이니 그 부분을 함께 공조해서 열심히 성과를 내면 자연스럽게 선거연대까지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유 대표도 "제가 대표가 된 지 하루밖에 안 됐다"며 "안 대표가 정책연대, 선거연대 그런 말을 얼핏 하는데 제가 분명한 답은 아직 못 드렸다"고 했다. 유 대표는 "그 부분(선거연대 부분)은 국민의당과 정치적 협력을 어떻게 할 거냐는 부분이어서, 저는 가능성은 당연히 열어놓고 생각해 보겠다"면서도 "다만 제가 선거연대의 구체적 방법이나 국민의당이 얼마나 의지가 있는지 하는 부분은 직접 확인이 안 돼서, 그 부분은 앞으로 대화를 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가 한국당까지 포함한 야권 전체의 '중도-보수 통합'을 언급한 데 대해 안 대표는 "그 부분은 따로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것을 봤다"며 "'한국당에도 창구를 열지만 그렇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유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지금의 한국당으로서는 희망이 없고, 그것을 보수의 미래라고 할 수 없다는 제 생각은 늘 일관된 것"이라며 다만 "(안 대표와의 회동에서) 한국당 관련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안·유 두 대표는 지난 3일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예산·입법 관련 공동 대응 방안을 확인하고 "정책연대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계속 진행하자"(안철수), "그대로 지켜 가자"(유승민)는 데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두 대표의 첫 회동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중도 통합' 논의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연대에 대한 직접적인 의지 표명 등은 나오지 않았지만 △두 대표가 정책·예산·입법 공조를 이어가기로 확인한 부분이나 △특히 유 대표가 국민의당 의원들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를 풀어 달라고 했다는 부분은 강한 연대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오후 국회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호남계 강한 반발 "YS식 3당 합당"

하지만 국민의당 내 호남계 의원들이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론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들은 유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 중도-보수세력 결집'을 언급한 데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한국당과 연대가 웬 말이냐'는 정서가 읽힌다.

유 대표는 전날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국민·바른) 3당이 동시에 같은 자리에서 통합을 논의하는 데 대해 양쪽 다 거부 반응이 있는 것 같다"며 "만약 3당이 중도보수 세력 결집을 논의할 수 없다면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에 대해서도 창구를 만들고,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창구를 만들어 그런 논의를 진행해볼 생각"이라고 했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에 대해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유 대표에게 "바른정당 대표로서 바른 길을 가시길 바라며 YS식 '3당 통합' 제의를 우리 당에 안 해 주기 바란다. 국민의당의 정체성과 뜻을 같이한다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국민의당 안에서 같이할 수 있다"고 썼다. 유 의원 등이 국민의당에 입당한다면 몰라도, 당 대 당 통합은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안 대표와 공개 설전을 벌인 유성엽 의원도 전날 "보수-중도 통합? 왜 진보는 빠져야 할까?"라며 "점입가경이다. 우리 당을 어떻게 봤으면, 아니 그 동안 우리 당 측에서 어떤 메시지를 줬으면 '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3당 중도보수통합'이란 말이 나왔을까"라고 반발했다. 유 의원은 "그래서 '적폐청산은 복수'라 했는가? 그래서 '불편하면 나가라' 했는가?"라고 안 대표를 비판하며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YS의 3당 합당이 떠오른다. 그렇게 호랑이 잡아서 다시 적폐를 쌓아가려고?"라고 비꼬았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김철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최근 바른정당과의 연대, 통합 논의가 진행되면서 마치 국민의당이 보수화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시각이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민의당은 1995년 '중도국민정당'을 표방한 새정치국민회의와 2000년 '중도개혁주의'를 당 강령으로 채택한 새천년민주당의 정체성을 계승·발전시켜나갈 자랑스러운 중도개혁 국민정당"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선거연대 나아가 통합 논의 또한 당의 강령에 따라 중도개혁 국민정당의 확장에 대한 노력임을 확고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당 내에서 이른바 친안(親안철수)계 인사로 분류되며, 8.27 전당대회 전 안 대표의 출마 촉구 선언을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劉 '중도·보수 통합', 한국당 거부로 결국 '중도 통합'으로?

현재 한국당은 유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언급한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중도보수 결집' 구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상태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전날 유 대표가 취임 인사를 오겠다는 데 대해 "오지 말라"고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와 만나 "홍 대표를 제가 만났는데 '(유 대표가) 온다고 했는데 내가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하더라"며 "바른정당의 '중도보수 통합'에 전혀 응할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유 대표의 일성인 중도보수 통합,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며 "이미 9명이 한국당에 합류해 '소(小)통합'을 이뤘고, 한국당 중심의 보수 결집을 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바른정당 의원 영입 의지가 없음을 천명했다. 유 대표의 '보수 통합'의 의미가 무엇이든, 바른정당은 바른정당의 길을 잘 가시기 바란다"고 일축했다.

유 대표도 취임 인사차 예방까지 거절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한국당에 정면으로 날을 세웠다. 유 대표는 이날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어제 홍준표 대표를 예방하겠다고 수 차례 연락했지만 사실상 한국당에서 거부하고 있다"며 "저는 홍 대표와 어떤 자리에서든 만나서 앞으로 국회에서의 두 당 간의 협력·연대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생각이 있지만 예의차 예방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졸렬한 작태를 보고 상당히 실망했다"고 했다. "졸렬한 작태" 같은 말은 유 대표의 화법상 이례적이다.

최고위 석상에서 하태경·박인숙 최고위원도 한국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하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역대 대통령 중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만 걸어두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은 안 걸겠다고 했다. 평판이 너무 안 좋으니까 보수의 '호적'에서 파 버리겠다는 뜻"이라며 이를 "일종의 정치적 패륜", "홍 대표가 망나니 보수가 됐다"고 비난했다.

하 최고위원은 또 "홍 대표가 결국 '친박 청산'을 포기했다"며 "한 달 정도 칼춤을 열심히 추다가 칼 한 번 못 휘두르고 춤만 추고 내려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홍 대표의 친박 청산 소동이 얼마나 기만적이고 위선적인지 다시 확인한다"며 "홍 대표나 친박이나 오십보백보다. 친박과 더불어 홍 대표도 낡은 보수, 청산해야 될 보수인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했다.

게다가 홍 대표도 SNS를 통해 바른정당에 대한 비난을 되풀이하면서, 두 보수정당 간의 감정 대립이 극에 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인숙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가진 회의에서 "제가 위원회(국회 상임위) 2개 회의를 갔다 왔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너무 축하를 해주고 좋아하더라. 그런데 한국당 의원들은 다 저를 떨떠름하게 보더라"고 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잔류 배신자 집단에서 소위 말로만 개혁·소장파 운운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은 정책으로 개혁을 이루어낸 것은 하나도 없고 입으로만 개혁으로 포장해 국민들을 현혹하고 오로지 당내 흠집내는 것만 개혁인 양 처신해 오히려 반대 진영에 영합하는 정치로 커 왔다"고 바른정당을 '배신자'에 빗댔다. 홍 대표는 이어 "더 이상 그들과 같이하는 것은 당내 분란만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 문을 닫고, 그들의 실체를 국민들이 투표로 심판하도록 하겠다"고 재차 '문을 닫겠다'고 했다.

유 대표도 이날 아침 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당이 계속 거부하고 있어 3당이 같이 (통합을)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며 "한국당과의 창구 역할을 맡으신 분들도 현실적 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를 끝까지 읽으셨다면…

인터넷 뉴스를 소비하는 많은 이용자들 상당수가 뉴스를 생산한 매체 브랜드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온라인 뉴스 유통 방식의 탓도 있겠지만, 대동소이한 뉴스를 남발하는 매체도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은 독립·대안언론의 저널리즘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저널리즘에 부합하는 기사에 한해 제안 드립니다. 이 기사에 자발적 구독료를 내주신다면, 프레시안의 언론 노동자, 콘텐츠에 기여하는 각계 전문가의 노고에 정당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쓰겠습니다. 프레시안이 한국 사회에 필요한 언론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