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고대영, 친일파가 해방 후 독립군 행세"
2017.11.10 19:21:31
'방송법 개정' 후 자진사퇴하겠다는 고대영 사장에 쏟아지는 비판
고대영 KBS 사장은 방송법이 개정된다면 자진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를 두고 정쟁을 부추기는 한편 '시간 끌기'에 불과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을 출석한 고대영 사장은 자신의 거취 문제를 두고 "개인적으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국회에서 방송법을 개정하면 그때 제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고 사장은 "KBS 사장의 거취 문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면서도 "다만 KBS 사장은 정치적 격동기가 있을 때마다 비정상적 방법으로 임기를 중간에 그만두었다. 그 고리를 제 선에서 끊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방송법 개정을 조건으로 내건 고 사장의 거취 표명은 한마디로 코미디에 가깝다. 일개 언론사 사장이 국회 입법 여부에 자신의 거취를 건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오히려 '방송법 개정시 사퇴'라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자신의 퇴진을 명확히 한 것 자체로 고 사장은 본인이 끊겠다는 '비정상적' 상황에 의한 퇴진을 인정한 셈이 됐다. 

'국정원 뒷돈 의혹', 'KBS 기자의 야당 회의 도청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그는 기껏 자리를 보전하고자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어설픈 '정치 꼼수'다. 

"고대영 사장의 조건부 사퇴, 비겁하다"

방송법 개정안은 논란이 많은 사안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자신들이 여당이던 상황의 입장을 180도 뒤집고현재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방송법 발의 시점과 현재 상황이 완전히 다른만큼 개정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현재 각각 11명과 9명으로 여야 비율이 7대4, 6대3인 KBS와 MBC 이사회를 여야 비율 7대6인 13인 이사회로 개편하는 것이다. 이사회는 사장 임면제청 시 재적이사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특별다수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야당의 동의 없이 사장 임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이 법안 발의 시점이 이른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전이라는 점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정 농단 사건으로 공영방송의 '적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만큼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정치적 꼼수'인 방송법 개정안 요구를 들어주는 것 자체가 '적폐 청산'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즉 방송법 개정안을 백지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자신들이 여당 시절에 뭉갰던 방송법 개정안을 야당이 된 후 추진하는 자유한국당의 '내로남불'도 꼴불견이다. 자유한국당은 공영 방송 개혁이 아니라 '입맛에 맞는 사장'을 세우고 '기득권'을 보전하기 위해 방송법 개정안에 접근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정치권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방송법 논의가 지지부진할 것이 너무나 뻔하다"며 "결국 고대영 사장은 퇴진 요구에 대한 방패막이로 삼아 자신의 임기를 모두 채우려 할 것이다. 방송법에 사장 퇴진을 연계하는 것은 결국 고대영의 적폐 체제 수명을 늘려주자는 얘기 밖에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법이 개정 될 때까지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것"이라고 일축하며 "그렇게(방송법 개정 후 사퇴) 포장함으로써 자신이 사장에서 물러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러한 꼼수는 평소 고 사장의 태도와 맞지 않다"며 "작년 국감 때는 (의원 질의를 두고) KBS 보도본부장에게 답변하지 말라고 호통까지 치지 않았느냐. 평소 보스기질을 지니고 있는 듯한데, 그런 점에서 이번 꼼수는 비겁하다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친일파가 해방 후 독립군 행세한다"

윤종오 민중당 의원은 "망가진 KBS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함에도 그런 조건을 내걸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는 친일파가 해방 후 독립군 행세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그간 방송 파행 문제의 책임자인데, 방송이 무너져서 피해자가 된 것처럼 말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법 개정과 사장님 사퇴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고 사장은 이러한 질의에 "사장은 임명직으로 법으로 보장된 신분"이라며 "그 법을 깨고 사퇴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윤 의원은 "국민에게 외면당한 길환영 전 KBS 사장의 경우, 대법원 판결에서 사장이 공적 책무를 못하면 해임 사유가 된다고 했다"며 "본인이 KBS를 제대로 못 이끌고 있으니 해임 사유가 된다. 법에 의해 책임지고 나가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고 이사장은 여기에 지지 않고 "그건 이사회에서 결정하면 된다"고 스스로 사퇴하는 일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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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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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