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안철수가 소통하자고 하면 겁이 난다"
2017.11.09 15:29:11
국민의당 내홍 지속…호남계 반발 점증 "정 떨어져"
국민의당이 바른정당 분당 사태 후 계속되는 내홍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론을 주도했던 안철수 대표 측에 대한 호남계의 반격이 연일 기세를 올리고 있는 것. 안 대표는 중진 등 당내 반대파들과 접촉면을 늘리며 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과 선거연대를 추진하겠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는 9일 오후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정국이 요동치는 상황"이라며 "다당제라는 시대정신과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호시탐탐 과거의 양당 체제로 회귀하려는 거대 양당의 야욕이 커지고 있다"고 정세를 규정했다. 그는 이어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당은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도 "또한 외연 확장을 통해 더 강해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안 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체성을 지키며 외연 확장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라며 "당 대표로서 그럴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찾는 게 제 의무다. 그런 관점에서 정책연대, 선거연대까지 시도해볼 수 있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측근인 송기석 비서실장도 이날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에 '연대를 주장하던 바른정당이 깨지면서 안 대표가 닭 쫓던 개 꼴이 됐다'는 비판이 있는 데 대해 "적절한 비유가 아닌 것 같다"고 반박하면서 "의원총회 과정에서 대부분의 의견은 입법이나 정책연대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었고 선거연대에 대해서도 대부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송 실장은 나아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9명이 나가고 나머지 11분 정도 남아서 실체가 없는 것 아니냐고 보시는 분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 또는 개혁 지향성 등은 여전히 당에 남아 있는 분들한테 더 정당성이 있다. 그래서 저희가 중도개혁으로 더 외연을 확장한다면 일정 부분 함께할 수 있다"고 긍정적 태도를 취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과의 선거 연대가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12월경에는 '통합 선언'이라도 나와야 한다는 입장도 그대로라고 송 실장은 부연했다.

안 대표는 또 자신에 대한 당내 반발에 대해 의원총회 공개 발언에서 "경험 많은 중진들이 중심 역할을 해 달라. 지혜와 힘을 모아 달라"며 "저부터 노력하겠다. 국민의당을 창당했던 초심을 잃지 않고 의원들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에 대한 국민의당 내의 반발은 유성엽 의원 등 호남 중진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호남계 의원들은 지역 민심 등의 이유로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안 대표가 "복수하려고 정권 잡았나" 등의 발언으로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운 것도 비판의 근거가 됐다. 또 안 대표가 제2창당위원회를 통해 추진한 지역위원장·시도당위원당 일괄사퇴 방안에 대한 반감도 '반안(反안철수)' 정서의 토대가 되고 있다.

안 대표는 앞서 이같은 반발에 "모든 투덜거림에 답할 필요가 없다"(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라며 '마이 웨이'를 선언하는가 하면 SNS에 쓴 글에서는 "저의 (당 대표) 당선이 비정상이라면 그런 정당에 계신 것이 무척 불편할 것",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라고 '불만이면 나가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유성엽 의원은 이에 대해 "고작 한다는 것이 당 중진의원에게 '나가라'고 막말을 해대고 있을 뿐"이라며 "하는 꼴이 딱 '초딩' 수준이라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었다.

송기석 비서실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은 당내 분란 양상에 대해 "내부 논의 과정에서나 했음직한 정도의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서 전달되는 것은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갈등 국면은 사실 어제로 일정 수준의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안 대표가 귀국해서 중진 의원들을 죽 만났고, 점심 때도 30여 명 의원들과 점심을 같이하면서 당내 문제에 대해 설명을 했다"고 강조했다.

송 실장은 특히 갈등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유성엽 의원에 대해 "제가 개인적으로 유 의원을 만나서 서로 오해가 있는 부분, 부적절한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했고, 유 의원께서도 인정을 하고 '추후에 당내 끝장토론 등 논의 과정에서 좋은 방향을 찾아보자'는 결론에 도달한 상황"이라고 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송 실장이 언급한 전날 오찬과 관련해서도 당 내에서는 파열음이 났다. 오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이날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이 (유승민 의원에 대해) '정 떨어지면 함께 못 한다'는 말을 했는데, 안 대표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며 "사당화, 우경화, 식언, 무능 다 빼고라도 매주 의원들끼리 모이는 수요 오찬에 갑자기 들이닥쳐 사진을 찍어 기자들에게 돌리며 '안철수 지지모임'을 가진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제 안 대표가 '소통하겠다'고 하면 겁이 난다. 또 어떻게 사진이 찍혀서 팔릴지"라고 빈정대며 "의원들을 전수조사의 대상, 언론 플레이의 들러리로 생각하는데 이게 무슨 정당이냐"고 했다. "비슷한 안철수 유승민, PK TK 두 상전 모시라고 호남이 피맺힌 표를 주셨느냐"고 바른정당과의 연대론에 대해 비판도 나왔다.

박지원 전 대표 역시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은 분당이나 탈당 없이 한동안 가는 거냐'는 질문에 "그건 모르겠다"며 "안 대표의 리더십이 분명히 새롭게 나와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굉장히 불행한 결과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 전 대표는 "나는 앞장서서 그런 것(분당·탈당)보다는 봉합하는 데 노력을 하고 있고, 어제도 몇몇 의원들을 만나서 '그렇게 심하게 비난하지 말라. 국민들이 볼 때, 안 그래도 가난한 집에서 망할 집으로 가는구나(할 것이다). 한 번 다시 재건해 보자'(고 했다)"면서도 "흐르는 물을 제가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라고 안 대표에 대한 당내 반감이 심상찮은 수준임을 시사했다.

권노갑·정대철 고문 등 주로 동교동계 원로들로 구성된 당 고문단도 이날 오찬 회동을 갖고 "고문들은 마음이 당에서 떠났다"며 "우리의 정체성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중도개혁 노선이다.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우리 자체 정체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같이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냈다. 바른정당과의 연대가 현실화하면 당을 떠날 수도 있다는 취지다.

단 국민의당의 내홍은 바른정당과는 달리, 당의 정체성이나 진로보다는 박지원 전 대표의 말처럼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본질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의당 의원들도 '탈당하겠다', '더불어민주당으로 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동교동계 원로들도 이날 "탈당 같은 건 얘기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안 대표에 대한 비판에 앞장서온 유성엽 의원 등 호남 중진들이나 이상돈 의원 역시 '민주당과 연대·통합을 하자'는 입장이라기보다는 안 대표의 정치 역량과 리더십 자체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는 '중도 통합이냐, 보수 통합이냐'를 놓고 벌어진 바른정당 통합파-자강파의 '노선 투쟁'과 국민의당 내분 간의 결정적 차이점이다. 안 대표에 대한 비판의 양상이 단순히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론을 폐기하자'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안 대표가 사퇴하고 비대위 등 집단지도체제로 내년 지방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즉 바른정당과의 연대 문제는 당장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행동적 과제가 아니라 국민의당 노선이 "우경화" 또는 보수화할 것인지에 대한 정체성·노선의 측면이고, 이 역시 갈등의 본질이라기보다는 지방선거 대응 등을 놓고 벌어질 당내 주도권 다툼의 '소재'라는 것이다. 다만 안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측에서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보다 더 경쟁력 있는 간판을 대안으로 내놔야 한다는 점은 숙제다.  

이훈평 전 의원이 전한 이날 고문단 오찬 간담회의 결론이 "고문들이 바라는 것은, (안 대표가) 당 지도부와 충분히 상의해서 통합이나 연대 문제들을 당내 여러 논의 기구를 통해 논의하고, 의원들과도 충분히 대화를 통해 대처해 달라"는 수준에 그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당내 친안-반안 구도에서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 있는 장진영 최고위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금 당을 깨자든지 당이 분당(分黨)으로 간다든지 이렇게까지 말하는 분은 거의 없다"며 "확실한 것은 국민의당을 깨고 나가려고 하는 의원은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장 최고위원은 다만 "국민의당 안에서 격렬하게 투쟁을 할 수 있고 그 투쟁이 필요하다. 당이 어디로 가야 되느냐 하는 진지한 토론과 논쟁이 필요한 시기"라며 한동안 내홍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이것(노선 투쟁)이 파국적 결과가 되기를 희망하거나, 또는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민주당으로 가려는 생각을 하는 분은 당에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민주당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분들이 호남 중진 의원들인데, 그 분들이 민주당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탈당한 분들이냐? 민주당 패권의 폐허를 뿌리끝까지 보고 결국 마지막 선택으로 탈당을 했던 분들"이라며 "그 분들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간다? 돌아갔을 때 민주당에서 어떻게 될 것인지 본인들이 가장 잘 아는 분들이 민주당으로 돌아가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tbs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국민의당이 내분이 있고 꿀렁꿀렁하지 않으면 TV에 나오겠느냐, 신문에 나오겠느냐? 그거라도 해야지, 절대 나쁜 게 아니다. '저놈들 망한다'고 하지만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치는 (싸우다가도) 또 손잡고 10년 만에 이민 간 동생 인천공항에서 만난 것처럼 웃고 나온다. 우리가 꿀렁꿀렁하니까 뉴스에 나오는 거, 그건 결코 나쁘지 않은 거다."

안 대표는 이날 고문단 오찬 회동 결과를 기자들에게 전해듣고 "당의 진로에 대해서 다음 주에 의총을 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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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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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