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 내고 내책 읽고 독후감 쓰는 모임에 간다고?
2017.10.27 08:29:20
[표지 너머 책 세상 ⑪] 다시 주목받는 독서 모임
요즘 책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유료 독서 모임인 트레바리, 학습공동체 숭례문학당 등의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독서 모임이야 예부터 많았지만, 굳이 돈을 내는 독서 모임이 유명세를 탄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4개월 마다 회원을 모집하는 트레바리의 경우, 19~29만 원의 적잖은 가입비를 필요로 하고 반드시 모임 전 독후감을 내야 한다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론칭 1년 만에 10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주로 30대 회원이 많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사항입니다. 

독서 모임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다양한 모습으로 정례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잡은 독서 모임 회사가 있다는 점이 명확한 예시입니다만, 조금만 주변을 돌아보면 예전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내 입맛에 있는 독서 모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도서정가제 안착 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지역 독립 서점 상당수에서 독서 모임을 운영합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다양한 독서 모임도 눈에 띕니다. 

지자체가 지역 도서관, 독립 서점 등과 손잡고 도서 모임을 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 광진구, 경기 군포시, 전북 전주시, 강원 강릉시에 사시는 분이라면 올해 8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하는 '독서 동아리 공간 나눔' 사업의 혜택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독서 동아리 운영의 가장 큰 장애물인 공간 문제를 해결 가능한 사업입니다. 

10월 '표지 너머 책 세상'은 독서 모임이 최근 떠오르는 이유를 알아보고, 이 모임이 특히 이미 와해되어 버린 우리 공동체에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 지를 이야기해 봤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출판문화연구소에서 열린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와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의 대담을 정리했습니다. 

▲ 10월 표지 너머 책 세상은 독서 모임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좌)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우)가 함께 했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독서 모임이 새롭게 뜬다

-요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서 독서 모임을 모집하는 글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독립서점들도 독서 모임 회원을 활발히 모집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돈을 내고 가입해야 하는 유료 독서 모임 클럽 트레바리가 스타트업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독서 모임은 여러 층위의 집단에서 늘 생기곤 했습니다. 회사나 학교, 지역 모임 등에도 독서 모임이 쉽게 생기곤 했죠. 그런데 요즘 주목받는 독서 모임 형태는 기존 인맥과 완전히 떨어졌다는 특징을 지닌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편안한 관계를 벗어난 독서 모임 형태가 주목받는 셈인데요, 왜 이런 현상이 요즘 두드러지는 걸까요?

장은수 : 우선 우리 사회의 모임 문화에 큰 변동이 일어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정확히 말해 청년층과 노년층에서 변화가 크죠. 

과거 우리 사회는 사회적 관계망이 튼튼했습니다. 사적인 유대가 너무 강해서 사람들은 기존 사회 관계망 바깥으로 나가기 힘들었죠. 동창회, 향우회, 계모임, 사내 회식 등 수많은 모임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이들 모임이 개인에게 가족 못잖게 중요한 관계였고, 어느 모임이든 임의로 빠지면 눈치 보였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즈음 청년층에게는 이 같은 전통적 모임의 구속력도, 매력도 매우 떨어집니다. 반면 개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온라인 관계망의 비중이 커졌죠. 일인 가구의 증가 등 소가족의 증가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사람은 소셜 네트워크 관계만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여전히 직접 타인을 만나는 오프라인 관계 없이 살아가기 힘들죠. 그렇다고 기존의 전통적 관계로는 분자화된 개인이 만족감을 얻기 힘드니, 새로운 모임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독서 모임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적 욕구를 채우면서도 기존 관계망의 구속력이 없는 모임을 사람들이 원하게 됐죠. 

독서 모임만 특별히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와인 모임이나 영화 모임 같은 다양한 모임이 존재합니다. 사회 변화에 맞춘 새로운 모임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죠.

이홍 : 개인 중심의 독서 행위를 관계망을 통한 소셜 플레이로 확장하고 싶은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독서 모임을 통해 내 독서력의 검증과 확인 절차를 거치고, 나아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확장성을 얻고자 하는 생각이 투영됐죠. 

사실 개인화야말로 세계적 메가트렌드입니다. 이를 지키면서도 개인이 의지를 갖고 일정하게 규정된 자기만의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게 지금 독서 모임을 비롯한 새로운 모임의 특징이겠죠. 과거 우리는 혈연이나 학연에 얽매여 살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고도화하면서 기존 네트워크 모델이 더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네트워크는 경제적·지식적 가치가 보다 중요한 기준입니다. 기존 관계망은 효율적이지 않지요. 

-특히 내 돈을 내는, 구속력 있는 독서 모임이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트레바리는 4개월 단위로 19~29만 원의 돈을 내는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데, 이 밖에도 구속력을 강화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독후감을 미리 올리지 않으면 모임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더 들어가 보면, 숭례문학당을 비롯한 학습 공동체 역시 유료화와 엄격한 기준을 내걸고 있습니다. 개인을 중시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왜 한편으로 자발적 구속을 원하는 형태의 모임에 사람들이 집중할까요?

이홍 : 중요한 지적입니다. 기존과 다른 관계망을 사람들이 추구하게 됐다는 점까지는 설명이 자연스러운데, 왜 굳이 유료 모임까지 찾게 됐느냐는 건 깊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구체적 목적을 가진 교류와 모임은 현대인의 삶에서 필수 사항이 되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개인화나 고립화가 심화할수록 관계에의 목마름과 욕구도 커집니다. 내 의지를 다치지 않고, 내 자아를 거스르지 않고도 가능한 관계 맺음을 원하는 거지요. 

사실 우리는 과거에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제 더 선명하게 내 의지를 드러내게 됐다고 할까요? 그러니 자아를 지켜갈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을 들여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비용을 지불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지요. 결국, 굳이 유료 독서 모임을 찾는 이들이 생겼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선택적이며 안전한 관계를 통해 내 지식을 보다 열린 세계로 확장하고 싶다는 욕구를 지녔다는 뜻이겠죠.  

장은수 : 기존 독서 모임에 나가본 분은 아시겠지만, 누군가 이런 모임을 관리해야 합니다. 모임 날짜에 맞추어 사람들 연락도 꾸준히 해야 하고, 회비 같은 돈 문제도 관리해야 하고, 회원들의 이런저런 불만도 해결해 주어야 하죠. 일종의 고강도 감정 노동입니다. 이런 노고를 함께 나누는 걸 모임의 즐거움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요즈음에는 이런 희생을 하고 싶은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자기 인생에서 더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고 싶은 게 당연하죠. 

그런데 이걸 누군가 나 대신 해준다면? 감당할 만한 돈만 내면 자신의 삶도 챙기고, 모임도 할 수 있고, 공간도 빌려주는 이가 있다면? 유료 독서 모임이 가능하죠. 

유료 모임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모두 알다시피 무료 독서 모임은 예전에도, 지금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미 깊은 관계가 형성된 친밀한 모임은 몰라도 온라인 등에서 만난 낯선 사람끼리 하는 경우 생각보다 불참율도 높고, 책을 읽지 않고 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료 강연회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있죠. 무료니까 일단 신청해 두고, 당일에 일이 있으면 빠지는 이가 많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모임의 본래 취지까지 흐려집니다. 

반면, 유료 독서 모임은 그렇지 않습니다. 회원들의 출석률도 높고, 책도 거의 읽어옵니다. 트레바리의 경우, 강제력이 작용함에도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죠. 기성세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배와 배꼽을 혼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료 모임의 장점입니다. 술자리가 본 모임 목적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거죠. 사적 관계에서 시작된 취미 모임의 경우, 본래 목적보다 술자리가 더 중요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에는 이 또한 다른 차원의 감정적 소모로 이어지기 십상이죠. 

이홍 : 정리하자면, 비용을 치름으로써 절대적으로 내 의지가 관리되고, 그에 따라 내 생활을 가꿀 수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죠. 

▲ 나를 위한 모임으로서 독서 모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25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내에서 독서유랑단 회원들이 책 읽는 플래시몹을 연 모습. ⓒ연합뉴스


형님 언니 없는, 나를 위한 관계

-기존 수직적 인간관계에서의 해방도 새로운 형태의 모임에 중요한 요소인 듯합니다. 각자 취미에 따라 헤쳐모인 이가 적어도 그 모임 공동체 안에서는 타인을 수평적 관계에서 존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듯합니다. 

장은수 : 맞습니다. 타인과의 연결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약한 연결과 강한 연결입니다. 강한 연결은 쉽게 끊을 수 없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 선후배 등이죠. 이런 강한 연결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에게 중요합니다. 정체성 형성에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약한 연결의 시대입니다. 원하면 언제고 맺을 수 있고, 원치 않으면 쉽게 끊을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친구는 언제든 끊을 수 있잖아요? 과거보다 개인이 더 중요해짐에 따라 약한 연결이 주목받게 됐죠. 

그런데, 약한 연결에만 의존하면 대부분 사람의 만족감이 떨어집니다. 정체성 확인 욕구는 여전한데, 약한 연결은 이를 충분히 채워주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강한 연결에 더 의지하기도 싫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사회의 관계망은 수직적인데, 요즘 사람들에게는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형-아우 관계를 요즘 젊은 세대가 얼마나 진저리냅니까. 이 연결 관계에서 독서 모임을 한들, 내 목소리를 마음대로 낼 수 있을 리 없죠. 

결국 사회적 정체성 욕구를 채워주면서도 강하지 않은 연결을 사람들이 찾는 것 같습니다. 유료 독서 모임이 대표적이죠. 기존 온라인 모임도 결국 오프라인 만남에서는 수직적으로 재구성되기 십상인데, 비용을 동등하게 낸 독서 모임이 이 같이 재구성되진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구성원 생각의 기저에 작동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 삶에서 독서가 멀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한국인의 독서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하지만, 책 읽는 이와 읽지 않는 이가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변 사람과 책 읽는 취미를 나누기가 어렵습니다. 유료 독서 모임은 취미를 나눌 사람을 찾는 수고까지 덜어주죠.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는 사람들의 자기계발 욕구도 독서 모임의 유료화 요인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한국출판연구소가 2년 마다 실시하는 2015년 한국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성인 65.3%, 학생 94.9%입니다. 2013년에 비해 성인 6.1%포인트, 학생 1.1%포인트 감소했습니다. 반면 OECD가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를 토대로 분석한 ‘해외 주요국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자책과 만화를 포함한 한국인의 독서율은 74.4%로 올라갑니다. OECD 평균인 76.5%와 비슷합니다.편집자)

▲ 독서 모임은 기본적으로 대안 공동체를 형성하는 성격을 지닙니다. 프레시안 독서 모임 회원. ⓒ프레시안 박형준 조합원


여전히 독서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

-인문학 팟캐스트와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모습에서 이전 시간에 우리는 사회적 학습 압력이 개인에게 작용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독서 모임 활성화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작용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홍 :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독서 목적은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요. 

장은수 : 학습 욕구도 당연히 독서 모임 참가 요인이 되겠지만, 주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학습이 주목적인 약한 연결 수준의 모임은 수유너머나 대안연구공동체 같은 학습공동체 모임이라고 봐야죠. 

굳이 정리하자면 독서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고정관념을 벗어난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유료 독서 모임은 대개 이런 욕구를 지닌 사람들, 굳이 얘기하자면 '조금 수준이 있는' 사람을 타깃으로 겨냥했다고 보입니다. 자기 투자를 위해 쓸 돈은 충분하고, 시간 여유도 있는데 지적 욕구를 채워줄 계기를 못 찾은 이를 대상으로 했다는 거죠. 어느 정도 좋은 커리어를 보낸 사람들이 새로 생각을 교환하는 일종의 브레인스토밍 장으로도 여겨지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유료 독서 모임을 포함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독서 모임 트렌드가 우리 사회 독서 문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요?

이홍 :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독서 모임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취미 모임의 하나일 뿐이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 이유는 우리가 여태 얘기한 대로 독서 모임도 관계망 형성 욕구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와인 모임을 예로 들어 보면, 와인은 모임을 가능케 하는 주제이자 매력적인 기호로 작동하지요. 그러나 와인만으로 모임을 찾게 된 목마름과 갈증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합니다. 이걸 해결해 주는 것은 관계입니다. 와인은 수단이고 진정한 목적은 관계망 형성이라는 뜻이죠. 

독서 모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정도로 독서 모임이 주목받지만, 책은 수단입니다. 

우리가 이전 시간에 얘기했듯, 독서 문화가 활성화되려면 유년기부터 책이 독자에게 가까워져야합니다. 요즘 출판 시장이 안 좋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은 책 좋아하던 사람이 책을 안 봐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현업 종사자로서 느끼기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독서 수준은 예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문제는 허리가 무너진 데 있습니다. 간헐적으로 책을 사는 독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독서 모임은 강한 독자층을 중심으로 형성됩니다. 하지만 그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결국 독서 모임이 하나의 문화로서 유의미하지만, 독서 문화 전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리라고 봅니다. 독서 모임이 진화하고 분화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독서 문화 확대로 평가하는 건 조금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장은수 : 저는 조금 입장이 다릅니다. 독서 모임 활성화는 독서 저변 넓히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의 세대별 독서율을 보면 뚜렷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독서율이 뚝 떨어집니다. 한 번 책을 멀리한 사람이 독자로 복귀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5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13~19세 1인당 연간 평균 독서권수는 15권이지만 20대는 14권, 30대는 13.1권, 40대는 9.6권, 50대는 5.9권, 60세 이상은 2.8권으로 독서량이 나이 들수록 뚝 떨어졌습니다. 편집자.)

거꾸로 보자면, 한 번 비 독자가 된 사람을 다시 독자로 만들 방법이 있느냐는 문제를 해결해야 독서의 미래가 있습니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들자'는 말도 방법에 관한 고민이 없으면 결국 구호에 불과합니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들 거의 유일한 방법은 독서공동체 활성화뿐입니다. 책 읽기 습관이 들지 않은 이가 책을 잡을 방법은 정기적 약속의 힘에 이끌려가면서 읽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겁니다. 독서공동체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역 도서관을 중심으로 독서동아리를 네트워킹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도서 대출률을 높이고 지역에서 독서 문화를 만들 유일한 방법이 독서동아리 확산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유료 독서 모임까지 생긴다는 건 그간 우리 사회가 잃어가던 독서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이홍 : 그 점은 동의합니다. 독서가 단순히 내가 책을 읽고 끝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 독서에서 얻은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돈을 내는 행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가치를 지녔음을 보여준다는 건 의의가 큽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지역 독서 모임

-앞서 우리 사회의 모임 문화에 청년층뿐만 아니라 노년층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노년층 이야기를 하지 않은 듯합니다. 노년층의 모임 문화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장은수 : 지역 공공 도서관에서도 독서 모임을 운영합니다. 이 모임을 보면, 회원이 크게 두 축으로 나뉩니다. 아이 책 읽는 습관을 들이려는 학부모가 한 축이고, 다른 한 축이 성장한 자녀를 둔 은퇴자나 전업주부 등이 중심인 장·노년층입니다. 이들이 책을 통해 나의 사회적 존재 의의를 되찾고자 하죠. 

최근 유료 독서 모임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긴 하지만, 실제 지역 중심의 독서 동아리는 예전부터 꾸준했습니다. 

-지역 독서 모임이 시민의 정서적 만족도에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군요. 하지만, 청년층과 장년층이 한데 어울리는 독서 모임을 상상하기란 조금 어렵습니다. 

장은수 : 맞습니다. 이들 지역 독서 모임의 문제는 청년이 좀처럼 참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지역 모임의 주축인 이들과 관심사도 다르고, 무엇보다 수직적 인간관계를 우려해서 아닐까 여겨집니다. 그렇다고 모든 청년층이 유료 독서 모임을 이용할 수도 없죠. 

바람직한 대안의 하나가 일부 독립 서점에서 운영하는 유료 독서 모임입니다. 요즘 들어 독립 서점과 공공의 협업 구조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 관악구의 경우, 지역 도서관 등록 독서동아리에는 30~50만 원의 도서구입비를 지원합니다. 

지역 시민의 자발적 독서 동아리가 의미 있는 사례를 남기기도 합니다. 충남 보령의 책익는 마을이 대표적입니다. 약 80명의 회원이 10개 정도의 독서 모임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동아리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보령 인문학 축제를 만들었고, 지역 작가와 독자의 만남도 만들어갑니다. 

경남 창원시의 독서클럽창원도 성공 사례입니다. 회원이 300명 정도 되는 큰 모임입니다.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모이다가, 지역 독서 모임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처럼 공공이 지원하거나, 시민이 자발적으로 책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움직임이 작지만 알찬 결실을 맺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의 독서 문화를 구축해가는 밀알이 되죠. 

지난 8월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 예산 기금 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문체부가 독립서점 지원 사업도 시작합니다. 독립서점이 북 콘서트를 열면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죠. 독서 문화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서점의 동아리 활동에도 일정한 주목을 했으면 합니다. 

이홍 : 유료 독서 모임이 기능적으로 더 책에 집중할 구조를 만들고, 청년층의 욕구에 부합하는 면이 있지만 지역 문화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이처럼 자발적인 모임, 공공과 시민 사회가 연계하는 모임은 장기적으로 지역 공동체의 복원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런 모임이 결국 지역에 밀착한 독립서점의 토대로 이어지고, 이 토대가 독서 문화 발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듯합니다. 

장은수 : 말씀하신 내용의 결정적 사례가 있습니다. 강원도 원주입니다. 

원주에 그림책연구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시민의 그림책 읽기 모임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그림책협동조합으로 성장했습니다. 조합원이 아파트를 공동 명의로 빌려 그림책을 모으고, 그곳에서 공동육아를 시행합니다. 나아가 협동조합 주도로 원주를 그림책 도시로 만들자는 사회운동까지 일으켰습니다. 원주를 아시아의 볼로냐로 만들자는 거죠. 10년째 활동하는 이 협동조합에 지역 의회도 이제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는데 문화 인프라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까요. 

지역 독서 모임이 단순히 책읽기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 네트워크로 커지길 바란다면, 관은 네트워크 기반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독서 모임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게 책과 모임 공간입니다. 관은 이를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공공 도서관의 장서 보유량을 늘리고, 독서 모임이 쉽게 모임 공간을 대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관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관이 모임을 주도해서는 안 되고, 시민이 중심이 되어야합니다. 지원하되, 관여하지 말아야 모임이 자발적으로 큽니다. 

▲ 독서 모임은 책을 읽는 사회라면 어디에서나 조직됩니다. 책을 매개로 사람을 연결하는 모임은 개인이 파편화하는 지금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닐 지도 모릅니다. ⓒwikimedia.org


책, 청년층을 지역으로 이끄는 관계망

-말씀을 들어 보면 지역에서 의미 있는 독서 공동체 가능성이 보입니다. 하지만 하나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청년층이 매력을 느낄 새로운 지역 독서 모임이 생겨나지만, 근본적으로 청년층의 주거 환경이 불안정하다는 점이 걸립니다. 중장년층만큼 주거가 안정적이지 못해 꾸준히 이동할 수밖에 없는 청년층이 지역 독서 모임에 안정적으로 참여가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이홍 : 청년 주거 불안정이 독서 공동체 형성에 유리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절대적인 변수일까요? 지역 공동체 형성에 청년이 참여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습니다만, 현대사회 청년층의 주거지와 동선은 학교나 직장을 중심으로 이동합니다. 어느 정도 일정한 영역권 안에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독서 동아리가 기본적으로 자발적 모임인 만큼, 언제나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기 마련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청년 주거가 불안정하다는 점만으로 마냥 지역 문화 형성이 어렵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지역 독서 동아리의 토대입니다. 토대가 탄탄하다면 모임의 정체성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공의 지원과 관심'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 청년센터가, 도서관이, 심지어 독립서점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비록 공공 기관은 아니지만, 독립서점을 만드는 분들이 지역에 더 관심을 기울여주시길 바랍니다. 

장은수 : 독서 동아리가 특히 지역이 해체되어가는 지금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도시에서 마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소속감을 가질 지역이 없어지는데, 독서 동아리는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서 흥미로운 움직임을 발견했습니다. 지역 도서관, 독립서점, 독립출판공방, 공릉청소년센터 등이 네트워크 형태로 느슨하게 연대하면서 독서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릉동은 인근에 대학이 밀집한 지역 특성상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책을 중심으로 청년문화가 성장할 잠재력이 풍부합니다. 

이처럼 서점과 관이 네트워크를 만들면 출판사도, 작가도 이에 참여할 길이 열립니다. 핀란드의 경우, 서점이나 도서관 등에서 행사를 하려고 하는 저자와 책 관련 행사를 원하는 단체가 온라인으로 서로 연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제로 행사가 이루어지면 그 모임을 정부가 지원하는 모델이 있습니다. 저자와 독자가 밀접한 거리에서 만나는 모임을 핀란드 문화 확산을 위한 중요한 장치로 보기 때문입니다. 

트레바리나 숭례문학당과 같은 유료 독서 모임을 마냥 폐쇄적 네트워크로 볼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이들 유료 모임은 필자나 기타 명사와 독자의 모임을 적극적으로 추진합니다. 이들이 궁극적으로는 지역에서 시민 주도 모델 탄생에 밀알의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도서관과 같은 공적 조직에서 이 일을 해 주는 게 궁극적으로는 더 좋겠죠.

이홍 : 특히 출판 관계자로서 출판사나 저자, 편집자가 독서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공간을 빌려주거나, 책과 얽힌 뒷이야기를 독자에게 가까운 거리에서 들려줄 수 있는 이들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출판사도 사회적 공헌을 위해 이런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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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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