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양인 국적 상실, 법무부는 알고 있다
2017.10.16 09:14:46
[심층 취재-한국 해외입양 65년] 2. 입양의 정치경제학 ⑤

※이 기사는 이경은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연구교수, 제인 정 트렌카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 대표의 도움으로 취재, 작성되었습니다.


법무부고시 제 1호

좌기자는 단기 4287년 10월 22일자로 미국인(美國人)지, 000의 양자로서 미국의 국적을 취득한 바 국적법 제12조 제2항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바 국적법 시행령 제3조에 의하여 차를 수리한다.

단기 4287년 12월 1일 법무부 장관


▲ 1954년 관보에 실린 법무부고시 1호. ⓒ프레시안


단기 4287년, 즉 서기 1954년 12월 1일 관보에 실린 '법무부고시 제1호' 내용이다.

법무부, 1954년부터 국적상실자 고시해왔다


대한민국 국적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요건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 수립 이래로 여러 차례 개정이 있었지만 '외국인에게 입양되어 그 양부 또는 양모의 국적을 취득하게 된 자'를 '외국 국적 취득에 따른 국정 상실'의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현재 국적법 해당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15조(외국 국적 취득에 따른 국적 상실) 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
②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부터 6개월 내에 법무부장관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신고하지 아니하면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로 소급(遡及)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본다.
1. 외국인과의 혼인으로 그 배우자의 국적을 취득하게 된 자
2. 외국인에게 입양되어 그 양부 또는 양모의 국적을 취득하게 된 자
3. 외국인인 부 또는 모에게 인지되어 그 부 또는 모의 국적을 취득하게 된 자
4. 외국 국적을 취득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게 된 자의 배우자나 미성년의 자(子)로서 그 외국의 법률에 따라 함께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 자
③ 외국 국적을 취득함으로써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게 된 자에 대하여 그 외국 국적의 취득일을 알 수 없으면 그가 사용하는 외국 여권의 최초 발급일에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한다.
④ 제2항에 따른 신고 절차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널리 알릴 사항을 편찬하여 간행하는 국가의 공고 기관지인 관보(官報)에는 국적법에 따라 국적 상실자를 고시해왔다. (국적법 제17조(관보고시) ①법무부장관은 대한민국 국적의 취득과 상실에 관한 사항이 발생하면 그 뜻을 관보에 고시(告示)하여야 한다.


국적 상실에 관한 법무부고시를 보면 해외입양 관행의 적나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986년 10월 21일 발생한 관보 제10466호에 실린 법무부고시(제266호, 제267호, 제269호, 제269호, 제270호)에 따르면, 국적 상실자 189명의 상실 사유가 '입양'이다. 이들 189명은 모두 본적이 같다. 주소지도 동일하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382-14. 해외입양을 하는 4대(현재는 3대) 입양기관 중 하나인 홀트아동복지회의 주소다. 이들 189명 중 173명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나머지 16명 중 14명은 독일, 2명은 벨기에 국적을 취득했다.

또 2000년 12월 13일 발행한 관보 제14678호에 실린 법무부고시(제2000-479호, 480호, 482호)를 보면, 국적 상실자 149명의 상실 사유가 '입양'이다. 149명 중 134명이 미국 국적을 취득했고, 15명은 호주 국적을 취득했다. 이 149명 중 단 1명을 제외한 148명의 본적이 같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493. 입양기관 동방사회복지회의 주소다. 또 앞서 본적이 다른 1명을 제외한 148명이 본인의 이름과 호주의 이름이 같다. 


이는 곧 148명이 입양기관에서 해외입양을 위해 입양기관장을 후견인으로 하여 '기아호적(고아호적)'을 만들어 입양을 보냈다는 말이다. 앞의 1986년 관보에 고지된 189명의 본적이 같다는 것으로도 '기아호적'을 만들어 입양 보내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2012년 8월 입양특례법 개정 이전까지 해외입양을 보낼 때 서류를 간소화하기 위해 거짓으로 '고아호적'을 만드는 게 일종의 관행이었다. 이처럼 본인의 이름과 입양기관의 주소 이외의 정보가 없는 가짜 '고아호적'은 이후 입양인들이 성인이 되어 자신을 낳은 친생부모를 찾고자 할 때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 2000년 12월 13일자 관보에 실린 법무부 고시.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이름의 마지막 자는 모자이크 처리했다.)ⓒ프레시안


▲ 2017년 9월 22일 관보에 실린 법무부고시. 마찬가지로 이름의 마지막 자는 모자이크 처리했다. ⓒ프레시안


국적 상실자에 대한 법무부고시는 국적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2017년 현재도 관보에 실린다. 이는 곧 1953년 한국전쟁 이후 해외입양이 시작된 이래로 해외입양이 완료돼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이들의 명단을 법무부가 갖고 있다는 뜻이다.(법무부고시가 시작되기 전인 1953년과 1954년에 입양된 아동은 각각 4명과 8명인데, 이는 해리 홀트 씨가 1955년 8명의 한국 아동을 입양하면서 입양기관을 통한 대규모 입양이 시작되기 전의 일이다.)

한편, 1954년 이후 4대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을 목적으로 해외로 나간 이들의 명단과 숫자는 보건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복지부가 갖고 있는 명단과 법무부가 고시한 명단을 대조해보면, 입양을 목적으로 해외로 이주했으나 다른 나라의 국적(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사람의 명단과 숫자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복지부가 입양기관들이 추적 조사한 숫자를 취합해 발표한 국적 미취득자 현황에 비해 훨씬 정확할 수 있다. 


이경은 고려대 연구교수는 "전 세계 아동의 국제입양 현황과 통계를 매년 업데이트하고 있는 헤이그국제사법회의에서는 이를 선진국인 수령국의 입국비자 숫자를 통해 수집한다. 하지만 자국이 내보낸 아동의 숫자를 정확하게 제시하는 송출국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며 "복지부와 법무부의 명단을 대조하면 국적 미취득자 명단과 숫자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미국 국적 취득 미확인자 1만9429명"…정확한 숫자일까?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심재권 의원이 지난 9일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16년 12월 현재 조사 시점에 2012년 8월까지 국외입양된 16만5305명 중 국적 취득 미확인자가 2만6822명이라고 밝혔다. 이들 중 미국으로 입양된 이들은 1만9429명, 미국 외 국가로 입양된 이들은 7393명이다.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는 위 숫자를 산출한 방법에 대해 "입양기관들을 통해서 추적 조사했다"며 국적 미취득자에 대한 연도별 통계 등 더 구체적인 현황에 대해선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재권 의원이 낸 보도자료에 첨부된 표. 보건복지부가 취합한 입양인들의 국적 취득 현황이다.


복지부는 2만6822명 중 미국으로 입양된 1983년 2월 26일 이전 출생자인 1만4189명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심재권 의원실에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 의회는 2000년 아동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 2000, CCA)을 통과시켜, 이 법이 발효되는 2001년 2월 당시 '입양이 완료된' 만 18세 이하 입양인은 별도의 시민권 획득 절차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한국 출신 아동은 이 법의 적용을 바로 받지 못했다. '아동시민권법(CCA)'을 자동으로 적용받을 수 있는 아동은 출신국에서 입양이 완료되어 IR-3 비자를 받고 입국했을 때다. 한국 아동은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가정법원을 통한 입양재판이 제대로 진행되기 시작한 2013년 중반이 돼서야 IR-3 비자를 받고 미국으로 입국했다. CCA가 발효되기 시작한 2001년부터 2013년까지 IR-4 비자를 받고 입국한 아동 1만5498명은 미국에서 입양이 완료된 사실이 확인돼야만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 CCA 발효 이후인 2001년 이후에도 2013년 전까지 한국 아동들은 IR-4 비자를 받고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구체적으로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본지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보도됐다. ([단독]외교부의 거짓말, 美 "일부 한국입양아 자동시민권 못받아")


▲ 본지가 미 국무부를 통해 확인한 연도별 한국 출신 입양 아동의 비자 발급 현황. CCA로 자동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IR-3 비자를 받은 한국 출신 아동은 2013년 이전에는 한 자리 수에 그쳤다. 한국은 IR-4 비자를 가장 많이 받을 나라다. ⓒ프레시안


따라서 복지부 주장과 달리 미국 국적 취득 미확인자 1만9429명이 모두 체류 신분이 불안한 상태라고 봐야 하며, 입양특례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IR-4비자를 받고 미국으로 간 628명(2012년)과 68명(2013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또 미국 외 국가로 입양된 이들 중 국적 미확인자(7393명)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 호주(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한국 출신이 아닌) 입양인들에 대한 추방 사건이 발생해 외신에 보도된 일이 있었다.

본지 보도를 통해 외교부와 복지부가 이제껏 반복해온 'CCA 통과로 1983년 이후 출생자는 국적 획득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미 국무부 확인을 통해 '거짓'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둔 여당 국회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제인 정 트렌카 대표는 "복지부는 국적취득 현황을 확인할 책임을 지고 있으나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소극적이었다"며 "복지부가 자체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처리하지 못하므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와 외교부의 공조가 강제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렌카 대표는 "복지부와 법무부는 먼저 모든 국적 미취득 입양아들에 대한 정확한 목록을 작성한 다음 해당 입양아들 및 그 가족들에게 연락하여 상황을 알리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인 정 트렌카 대표와 추방 입양인인 아담 크랩서 씨는 입양인의 국적 미취득 문제에 있어서 복지부, 법무부, 외교부의 공조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서한을 심재권 의원실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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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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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