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자료 조작 사건, '7시간' 규명의 시작일까?
2017.10.12 18: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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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회피 위한 불법 조작, 김관진 등 수사 불가피
박근혜 청와대가 남기고 간 세월호 참사 당일의 자료에는 국가적 재난 앞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오로지 책임 회피만을 강구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공개한 박근혜 청와대의 자료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당시 청와대가 상황보고 일지와 책임 소재의 준거가 되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무리하게 사후 조작한 정황을 드러냈다.

특히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의 상황보고 문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탄핵 심판 당시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자료가 거짓이었음을 입증한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당시 답변서를 통해 '국가안보실로부터 '세월호 사고 상황 및 조치 현황보고서(1보)'를 10시에 서면보고 받았고, 박 대통령은 15분 뒤인 10시 15분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8시 49분에 시작된 세월호 참사를 박 전 대통령의 주장대로 10시에 최초 보고를 받고 10시 15분에 수습 지시를 내렸다면, 보고가 늦었을 뿐 대통령으로서의 '신속한 지시'가 부각된다. 

그러나 이번에 국가안보실 공유 폴더의 전산 파일에서 발견된 세월호 사고 당일의 상황보고 일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최초 보고를 받은 시점은 9시 30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적 상황에서 '30분'의 의미는 절대적이다. 9시 30분에 대통령과 비서실장, 경호실장에게 보고가 됐음에도 박 전 대통령은 45분이 지난 뒤에야 '늑장 지시'를 한 셈이다.

여기까지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무능'이다. 그러나 박근혜 청와대는 6개월이 지난 뒤인 10월 23일 참사 당일의 상황보고 시점을 10시로 변경한 수정 보고서를 작성했다. 여기서부터는 '조작'의 증거가 된다.

임종석 실장의 의심대로 30분을 늦춘 보고서를 작성한 배경은 "첫 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 외에는 설명이 어려운 대목이다.

상황보고 일지 조작을 포함해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임명(2014년 6월 23일)된 이후 석연찮은 일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국가 재난 사태의 책임 소재의 준거가 되는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이 적법 절차를 생략한 채 변경되기도 했다. 임종석 실장은 이를 지시한 주체로 김관진 전 실장을 명시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시행되던 기본지침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위기상황 종합관리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한다'고 되어 있었으나, 청와대는 7월 31일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안보실장은 위기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좌한다'라는 내용으로 수정했다. 특히 기존 내용을 빨간펜으로 지운 뒤 필사해 전 부처에 통보하는 등 서두른 흔적이 역력했다.

당시 '재난 컨트롤타워가 어디냐'는 논란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청와대 책임 여부를 가를 핵심적 기준이었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2014년 6월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고 컨트롤타워는 안전행정부"라며 선을 그어 논란이 크게 일었다.

당시 정황에 대입해보면, 김기춘 실장이 공개적으로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이후 청와대가 관련 규정을 변경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성립된다. 특히 위기관리기본지침의 변경 과정도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현 청와대의 설명이다. 

임 실장은 대통령 훈령인 위기관리기본지침을 변경하려면 "법제처장의 재가를 받아 받은 훈령에 번호 부여 등의 절차 거쳐야 한다"며 "법제처에 확인했는데, 어떠한 절차도 없었으며 임의 불법변경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임 실장은 박근혜 청와대의 세월호 관련자료 조작 의혹 등을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 상황을 보고 받은 문재인 대통령도 "세월호 보고 조작 사건을 국민들께 알리고 바로잡을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도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여전히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행적의 퍼즐 한 조각이 드러난 만큼, '7시간 행적' 의혹의 진상 규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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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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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