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땐 탄압 없었다? 유인촌, 그러면 안 된다"
2017.09.26 14:43:09
카카오톡 친구추가
문화예술계 인사들 피해 증언, 블랙리스트 조사위 신청서 접수

"유인촌 전 장관이 이명박 정권에서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탄압이 없었다고 했는데 기가 찹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좌파 권력 필터링을 했다'고 아주 자랑했던 것을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장은경 미디액트 사무국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오늘 기자회견을 생각하며 어제 잠을 한 숨도 못 잤다"고 했다. 그를 포함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이명박 정권에서부터 이어져 온 탄압 실태를 증언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서울연극협회·한국작가회의 등 문화예술계 300여 개 단체와 8000여 명의 예술인으로 구성된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대응을 위한 기자회견' 열고 MB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문화예술계에 대한 대규모 공작 정치의 출발점이 MB 정부였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 기자회견. ⓒ프레시안(서어리)


이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에 대한 탄압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왔다며, 당시 청와대가 작성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대외비 문건을 예로 들었다. 이 보고서는 7쪽 분량으로, '문화권력은 이념지향적 정치세력', '좌파 세력의 문화권력화 실태', '문화를 통한 국민의식 좌경화', '건전 문화세력에 대한 전폭적 자금 지원 및 좌파 자금줄 차단', '기재부는 문화부 예산을 정밀 검토해 좌파지원예산은 전액삭감하고 우파 지원사업에 대규모 예산 지원'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소제목만 얼핏 읽어봐도 2000년대에 작성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시대착오적인 이념 정책들로 가득하다"며 "나아가 'CJ, KT, SKT 등 영화자본과 협력해 투자 방향을 긍정적 우파로 선회' 등 민간 기업과 자본까지 동원하며 문화예술계의 황폐화에 국력을 낭비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초대 내각에 발탁돼 가장 오랜 기간인 3년간 장관직을 유지했던 그는 지난 25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 문체부 내부에 지원 배제 명단이나 특혜 문건은 없었다. 당연히 만든 적도 없다"며 국가정보원 적폐청산TF 조사 결과 내용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장 사무국장은 그러나 "기가 찬다"고 했다. 그는 "정권 입맛에 맞출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생사가 걸려있고, 신념으로 버텨왔다. 투병하고 있는 활동가들도 있고, 검찰 조사를 받는 와중에 엄청난 탄압을 받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저희는 감사를 받았다. 미루어 짐작하기에 표적감사인 것 같다"며 "감사 이후 대부분의 사업들이 없어지고 다른 단체에 넘어갔다. 표적 감사의 배후가 누구였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독립영화'라는 말 대신 '비상업영화'라고 쓰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독립영화에 대한 체계적인 탄압과 통제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 고발에 앞장섰던 이해성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 상임대표는 "지난 겨울 혹한을 보내고 촛불 혁명을 통해 새 정부를 만들어낸 지금 이 시점에서 이명박근혜 10년 적폐들이 고구마줄기 엮여 나오듯 나온다. 어이가 없고 실소가 나올 뿐"이라며 "박근혜 정권의 적폐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 시절의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인근 광화문 KT 건물 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를 찾아 정식으로 피해 조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 사태에 이어 이명박 정권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법률 대응을 담당하고 있는 송상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조사위의 진상조사와 별개로 검찰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일개 기관인 국정원 스스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했을 것인지, 거슬러 올라가 이명박 전 대통령 본인이 직접 지시한 부분이 있는지 폭넓게 조사돼야 한다"며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 행위는 형법과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및 직권남용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민변은 형사고발을 포함한 법적 대응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를 끝까지 읽으셨다면…

인터넷 뉴스를 소비하는 많은 이용자들 상당수가 뉴스를 생산한 매체 브랜드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온라인 뉴스 유통 방식의 탓도 있겠지만, 대동소이한 뉴스를 남발하는 매체도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은 독립·대안언론의 저널리즘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저널리즘에 부합하는 기사에 한해 제안 드립니다. 이 기사에 자발적 구독료를 내주신다면, 프레시안의 언론 노동자, 콘텐츠에 기여하는 각계 전문가의 노고에 정당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쓰겠습니다. 프레시안이 한국 사회에 필요한 언론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서어리 기자
naeor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막내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