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그때는 이해하기 힘들던 게 이제야..."
2017.09.20 14: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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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확인해보니...
"영화 <공범자>에서 찾던 게 드디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2010년 3월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이란 문건을 본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최 PD는 <PD수첩> 간판 PD로 활약하며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 보도, 검찰 스폰서 보도 등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의혹 보도를 준비하다 비제작 부서로 강제 전출을 당했고, 이후 2012년 아무런 사유없이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명박 정권 당시, KBS, MBC 경영에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된 이후, 그 후폭풍이 거세다. 그간 풍문으로만 떠돌던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가 수면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20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공개된 국정원 문건이 MBC에서 실제 어떻게 집행됐는지 사실관계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서울 상암동 MBC사옥 로비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배포된 '총파업 특보'를 통해 MBC본부는 국정원 문건 관련 "대부분 국정원 지침대로 실행됐다"면서 "순차적이지는 않더라도 각 단계가 혼재된 채 추진됐으며 일부는 실패했고 단계별 시기를 넘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 문건에서 MBC '정상화'를 위해 △ 1단계 간부진 인적 쇄신과 '편파 프로(그램)' 퇴출 △ 2단계 노조 무력화 △ 3단계 소유구조 개편 논의(민영화) 등 총 3단계를 제시했다. 

MBC본부는 이번에 공개된 문건 관련해서 2010년에 국한된 내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목할 점은, 이 국정원 지침이 김재철 뿐 아니라, 김종국, 안광한, 김장겸 사장 체제에서도 지속해서 실행되거나 관철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국정원 MBC 파괴 공작이, MBC 내부자들에 의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라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최형락)


MBC본부 "국정원이 지시하고 김재철이 이행했다"

이번에 공개된 국정원 문건에서는 MBC 간판 시사프로그램들의 폐지를 국정원이 어떻게 주도했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o 봄철 프로 개편 계기 좌편향 프로그램ㆍ제작진 전면 쇄신
  -편파방송 주도 시사고발프로(PD수첩, MBC스페셜, 후플러스, 시사매거진2580) 제작진 교체, 진행자ㆍ포맷ㆍ명칭 변경으로 환골탈태 추진
    *손OOㆍ김OOㆍ성OOㆍ김OO 등 진행자와 김OO 작가ㆍ김OO 패널 등 반드시 교체
  -대외적 상징성 때문에 당장 폐지가 어려운 「PD수첩」의 경우 사전심의 확행 및 편파방송 책임자 문책으로 공정성 확보
o 사전 심의절차 및 사후 제재근거를 명분화, 저질·편파방송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

실제 이 지침이 나오고 정확히 7개월 뒤, <후플러스>가 폐지됐다. 폐지 전에는 문건에 나온 대로 명칭 변경도 진행됐다. 애초 <후플러스>의 명칭은 <뉴스후>였으나 문건 작성 직전인 2009년 11월, 사측은 명칭 변경을 지시했고 제작진의 거센 반발에도 이를 강행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이름을 바꾼 지 1년도 안 돼 프로그램을 폐지한 셈이다. 

MBC본부는 "국정원 문건에선 언급이 안 됐지만, 당시 경영진의 대표적인 눈엣가시 프로그램인 <W>도 함께 폐지됐다"며 "당시 사측이 내세운 폐지 이유는 '경쟁력 약화'였지만, 실제 이유는 국정원의 MBC 장악 시나리오의 하나였던 게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MBC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의 경우, 사전심의를 하라고 국정원 문건에 명시돼 있는데, 실제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은 이를 그대로 이행한 것이 확인됐다. 

MBC본부는 "2010년 8월 17일, 당시 사장이던 김재철은 당일 밤 11시 방송예정이던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에 대해 느닷없이 사전시사를 요구했다"며 "사장이 특정 제작물을 그것도 사전에 시사하겠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국정원 문건 지침에 따라 전례가 없는 사전심의를 시도한 김재철은 제작진이 방송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들어 거부하자 결국 방송보류를 결정, 불방사태를 초래했다"며 "당시 편성본부장인 전 안광한 사장은 '임원진의 시사 없이는 방송이 불가하다'며 김재철과 함께 불방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MBC본부는 "이후에도 아이템 검열과 사전심의 등은 계속됐고 'MB무릎기도 파문', '4대강 공사장 잇단 사망사고' 등의 아이템들이 실제로 불방되기도 했다"며 "'당장 폐지가 어렵다'고 봤던 PD수첩에 대해서 국정원이 제작물 하나하나에 간섭과 검열을 지시했던 결과였다"고 밝혔다. 

최승호 "그때는 이해하기 힘들던 게 이제야..."

당시 <PD수첩>을 제작했던 최승호 PD는 "그동안 그들(MB 정권)이 어떤 시나리오 계획을 가지고 내부 공범자를 이용해 MBC를 장악했는지를 찾고자 노력했으나 그러지 못했다"며 "이번 문건은 마침내 그 시나리오가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PD는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라 다른 시나리오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문건이 작성된 2010년 3월 이전인 2008~2009년에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PD는 "MBC 간판 앵커인 신경민 앵커를 교체한다든지, <100분 토론> 사회자인 손석희 씨를 권재홍으로 교체하는 일 등 MBC 이미지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던 진행자들을 바꿨다"며 "이는 사실상 MBC가 자해를 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최 PD는 "이를 관철시킨 배경에는 국정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결국 국정원이 지시하고 그것을 그대로 김재철이 이행했다는 게 이번 문건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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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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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