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닭장에 닭 세마리? 동물에게도 천부적 권리가 있다!
2017.08.22 14: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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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books] '살충제 계란' 사태 경고한 고전 <동물의 권리>

"어떤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가 동물을 대우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의 이 어록은 '동물의 권리' 개념을 최초로 주창한 헨리. S. 솔트(1851~1939)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의 권리 최고 옹호자'라는 별칭을 얻은 솔트는 '진정한 인도주의자'를 "인간이나 고등 동물뿐 아니라 감각과 의식을 가진 모든 생명체에게 인도적으로 느끼고 행동하는 자"로 규정했다.

그의 통찰력이 담긴 <동물의 권리>는 1892년에 나와 이미 이 분야의 고전이 되었지만, 이번에야 국내 최초로 지에이소프트에서 번역본으로 출간됐다.


▲ <동물의 권리>(헨리 S. 솔트 지음, 임경민 옮김, 지에이소프트 펴냄). ⓒ지에이소프트

"해도 되니까" 동물 학대 이제 그만!

최근 종방된 tvN <비밀의 숲>이라는 드라마에서는 인권을 존중하는 경찰 한여진(배두나 분)이 수사를 빙자해 피의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경찰 조직을 고발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경찰은 공권력의 비리가 반복되고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해도 되니까요"라고 탄식했다.

"해도 되니까요"라는 탄식을 불러일으키는 악행의 더욱 적나라한 대상은 바로 동물들이다.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물은 물건 취급을 받고 있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조차 '애완동물', '애완견'이라는 용어에서 별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 용어는 그 자체로 해당 동물을 물건 취급하고 있다.

이런 사회 수준에서는 사실 인간에 대해서도 각종 구실을 들어 차별하고 비인간으로 취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바로 그 점에서 솔트는 동물의 권리까지 인정해주는 것이 바로 인간사회를 위한 것임을 갈파했다.

솔트는 "동물에 대해 잔인한 행위를 하는 것을 용납하는 것이 바로 인간에 대한 잔인한 행위까지도 용납하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진정한 인도주의는 모든 동물에 대한 보편적 권리 인정과 연결된다는 개념을 천착했다.

솔트는 "인간과 동물은 모두 감각과 의식을 지닌 존재로서 가능한 한 고통에서 벗어나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인간과 동물을 똑같이 대우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들 모두에게 불필요하고 피할 수도 있는 고통을 가하지 않도록 주의하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솔트는 "세상에 고통을 주는 모든 해악의 원인은 한 가지에 있다. 전반적으로 진정한 인간성이 부족해서 감각과 의식이 있는 모든 생명이 혈연관계에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하고, 자신과 동반관계에 있는 존재들을 해치는 행위가 사실상 자기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라는 점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자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고, 고통과 희생의 아름다움 외치는 자들"


솔트는 인간에게 천부적인 권리가 있다면, 동물에게도 천부적인 권리가 있다고 역설한다. 왜냐하면 천부적인 권리라는 것이 정말 있다면, 인간들에게는 일관되게 부여되고 동물들에게는 일관되게 부정되는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천부적 권리라는 것을 가졌다는 주장은, 결국 힘을 가진 자들이 인간 사이에도 갖가지 이유로 차별을 두어 자기들만 천부적 권리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교조적 논리로 연결된다.

아리스토텔레스조차 노예는 인간처럼 생긴 도구, 말할 줄 아는 짐승이라고 보는 그 시대의 위선적인 관념을 벗어나지 못했다. 솔트는 현재 동물의 지위가 바로 인간이면서도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 노예의 신세라고 보았다. 따라서 노예 해방이 이뤄지듯, 언젠가 동물도 인간처럼 천부의 권리를 인정받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솔트는 확신했다.

"고통의 '단련' 운운하면서...타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며 고통과 복종이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의 타고난 운명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일수록 (중략) 자기희생의 아름다움에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일수록 같은 생명체들의 희생으로부터 크게 이득을 보는 자들이었다."

솔트의 이런 통찰력은 오늘날 민주주의를 유린해온 기득권 세력들에 대한 비판으로 읽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솔트의 혜안은 만일 민주주의를 소리 높여 외치며 적폐 척결에 앞장서는 자들이 정작 동물의 권리를 외면한다면 그저 또 다른 권력 투쟁으로 기득권을 넘보는 위선자임을 간파한 데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당대표 초청 정상외교 성과 설명회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에게서 반려견 '토리'를 위한 강아지 용품을 선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동물복지의 획기적 전환 이룰까


그런 면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을 사상 최초의 '퍼스트 독'으로 입양하고, 일상생활에서 동물에 대한 사랑을 보여온 문재인 대통령의 동물복지 공약은 역대 대통령과 큰 차별성을 보이며 지지율을 강화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동물보호시민단체 사단법인 카라 대표를 맡고 있는 임순례 영화감독은 "동물은 단지 우리의 놀잇감이나 먹거리가 아니라 이 지구를 함께 사용하고, 우리 인간이 존재하기 전부터 자신들의 생명을 지키고 진화해 온 존재들"이라고 말한다.

임 감독의 발언은 "모든 동물은 혈연관계"라는 신념을 피력해온 솔트의 사상과 잇닿아 있다.

21일 카라는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와 함께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충제 계란' 사태가 공장식 축산의 재앙이라면서 동물의 권리를 무시한 행정이 초래한 비극임을 역설했다.

이들은 "정부가 나서 공장식 축산을 장려한 이후 2003년부터 한국에서는 거의 매년 조류독감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은 특히 이명박 정부가 '양계장 대형화'를 지원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마리당 A4 한 장 크기도 안 되는 배터리케이지에 닭들을 가두어 키우는 공장식 밀집사육에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면서 "실제 닭을 풀어서 키우는 동물복지농장에서는 해당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복지의 획기적 전환을 위해서 대통령 직속의 국가동물복지특별위원회 구성 및 동물복지정책의 수립을 촉구하고, 이와 함께 농식품부 내 동물복지팀을 축산영역에서 분리해 동물보호복지국으로 승격을 정부에 요구했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새 시대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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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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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