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울음바다', 文대통령도 '울먹'
2017.08.08 18: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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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과까지 6년…"우리가 아이들을 죽였단 말인가?"
"우리는 그냥 마트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다 썼을 뿐인데 우리 아이가 죽었다. 20년 동안 마트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팔아왔는데 국가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인가? 우리가 비속 살인자인가?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죽였단 말인가? 죽고싶지만 남아있는 아이들을 위해 살고 있다. 사망자 1222명은 그냥 숫자가 아니라 목숨이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세상에 알려진 지 6년만에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한 대통령 앞에서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그동안 억눌러왔던 울음을 쏟아냈다. (☞관련 기사 : 文대통령,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만나 "가슴 깊이 사과")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도 울음을 참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애써 울음을 참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8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면담한 피해자들은 정부의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인정한 데서 나아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재수사를 요구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가족들은 특검으로 재수사를 해 줄 것, 피해 구제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줄 것, 대통령 혹은 총리실 직속의 전담기구를 만들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하고 피해자 인정에 관한 판정 기준도 현재의 1-2단계에서 3-4단계로 확대해 줄 것을 요청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이어 "국가 차원의 화학물질중독센터를 설립해 감시와 예방은 물론 사후 원인 규명과 치료 시스템까지 구축할 것, 국민안전기본법을 제정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징벌제 강화, 집단 소송제 도입, 살인기업을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 피해자의 피해입증에 관한 책임 완화"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확실한 원인규명과 의학적 조사판정을 제대로 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보인다"며 "이 문제를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치료 혜택이라도 우선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가해기업이 도산해 소송이 불가능한 경우라도 특별구제계정을 확대해 지원폭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피해자, 그리고 피해자 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소통해 다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 추진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대통령이 직접 끝까지 챙겨나가겠다"고 했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족들을 위로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본격적인 면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면담 장소인 청와대 인왕실에서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하며 이들의 사연을 듣고 위로했다. 참석자들 대부분이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자 문 대통령은 "얼마나 힘드시나. 같이 해 나갑시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산소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하는 14살 임성준 군을 보며 문 대통령이 "이렇게 산소통을 들고 다녀야 하나"라고 하자 성준 군의 어머니 권은진 씨는 "14개월 때부너 산소통이 성준이의 일부"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성준이 꿈이 뭐야?", "야구 좋아한다면서?" 등 관심을 표하며 사인을 해주고 야구 선수들의 피규어를 선물하기도 했다.

권씨는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며 <가습기 살균제 리포트>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다른 피해자는 "(전임) 대통령 만나러 사저까지 갔었는데"라며 "SK케미컬, 애경 등 검찰에 고소도 안됐고 수사도 안됐다고 한다"고 미흡한 검찰 수사를 거론하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대통령을 만나봬서 너무 감사하다. 신경써주셔서"라며 문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날 면담에는 성준 군을 비롯한 피해자들과 유가족연대 권은진 대표 등 피해자 가족 대표 등 15명이 참석했다.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수현 사회수석이, 국회를 대표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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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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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