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왜 '정윤회 사건' 재조사를 공개 선언 했나?
2017.05.16 18:30:23
'정공법'으로 다루려다 참여정부서 실패...'여론전' 먼저 띄운 靑

공교롭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1일 임명장을 받은 후 12일에 2014년 말에 있었던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대한 사표가 전격 수리됐다. 이후 14일 <한겨레>가 검찰 빅2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술판 사건'을 보도했다. 


이들을 묶는 키워드는 우병우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우병우 전 수석이었다. 당시 우 전 수석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문고리 3인방' 등과 함께 최순실 씨 부부의 국정농단 의혹 조사를 묵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민정수석실이 당시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 검찰 수사를 조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했고, 안 국장은 우 전 수석과 지난해부터 1000여 차례 통화를 한 기록이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났던 인물이다. 


조 수석의 '정윤회 문건 사건 재수사' 발언에는 여러 함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은, 개혁 대상이 개혁이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는 채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효과적이고 강력하다. 그러나 조 수석은 이같은 방식을 택하지 않고 '재조사'를 공언했다. 기습 작전을 포기하고 공포탄 먼저 쏜 격인데, 전략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교로운 사실 하나 더, 경찰이 재빠르게 '정윤회 문건 사건'과 관련이 깊은 최경락 경위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검찰과 수사권 조정을 두고 사실상 '경쟁 관계'에 있는 조직이다. 


'노무현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다? 


최근 밝혀진 이영렬 지검장과 안태근 국장의 술자리는 부적절 그 자체다. 심지어 불법 가능성까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국정 농단 수사를 지휘한 이 지검장은 지난 4월 21일 국정 농단 사건을 담당했던 노승권 1차장을 비롯한 간부들, 안 국장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안 국장과 이 지검장은 각각 서로의 '부하직원'들에게 두툼한 금일봉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서울중앙지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각각 구속, 불구속 기소한 지 나흘째 되던 날이었다. 


문제는, 이 지검장을 비롯한 수사팀이 만난 안 국장은 법무부 내 대표적인 '우병우 라인' 인사로, 지난해부터 우 전 수석과 1000여 차례 통화를 한 기록이 드러나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검찰은 안 국장이 수사 대상이 아니며, 후배 격려 차원에서 가진 만남이니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날 술자리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검찰이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고 안 국장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킨 데 대한 보은성 자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또한 돈봉투를 주고받은 것과 관련해,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에도 당연직으로 들어간다. 이영렬 지검장은 '파워'만 놓고 보면 검찰총장 다음으로 막강한 자리다. 정권 교체 후의 '검찰 인사' 등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오간 것 아니냐는 의혹은 자연스럽게 뒤따라 온다. 검찰 조직 수뇌부들의 부적절한 회동 자체가 그간 검찰 내부의 '뒷거래', '제식구 챙기기'의 상징적 악습처럼 보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검찰을 개혁 대상 1호로 지목하며 칼을 빼들었다. 취임사에서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천명하는가 하면, 비검찰 출신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 개혁을 주장해왔던 조국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하는 등 강한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등 검찰 개혁 과제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도 검찰 개혁에 사활을 걸었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정공법'을 택했고, 평검사와의 대화 등을 주도하며 검찰 조직과 '토론'을 시도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전략이 가동될지 주목된다. 일단 문재인 정부는 '여론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정윤회 문건 재조사'를 통해 실제 검찰의 비위 사실을 적발해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검찰 조직 특유의 '봐주기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전'이라면 승산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우병우 라인'을 적폐로 설정하고, 이들의 존재를 대중들에게 상기시키는 효과도 있다.  


당장 검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의정부지검 소속 임은정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사 게시판이 활발하던 그 때가 그립다"면서 "이제는 게시판에 올린 글로 불려 다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애정이 없다면 고민도 없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고 검찰을 어떻게 바로세울 것인지 지혜를 모으자"고 했다.


이어 부산고검 소속 박철완 검사도 게시글을 통해 검찰 개혁을 '6년 단위로 검찰이라는 행성을 찾아오는 혜성'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논의는 2005년, 2011년에도 활발하게 있었다"며 "이 혜성을 대하는 검찰 구성원들의 마음과 자세는 올해는 과거와 많이 달라진 듯하다. 다양한 논의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제 '적폐' 검사들의 '언론 플레이'를 용인해줄 여론은 없다. 검찰 개혁은 시작됐다. 개혁은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 검찰 개혁은 빛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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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기자
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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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막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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