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김관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
2017.05.02 0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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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한 말장난으로 국민 기만했나...수도권 방어도 못하는 사드에 1조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출 발언'에 불과한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2016년 11월 9일)되기 전인 지난해 7월 8일,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현재까지 양자 간에는 정말 '이면 합의'가 없었을까?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0일(현지시각) <폭스뉴스 선데이>와 인터뷰에서 "사드와 관련된 문제, 향후 우리의 국방과 관련된 문제는 (앞으로) 우리의 모든 동맹국들과 하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협상하게 될 것(The question of what is the relationship on THAAD, on our defense relationship going forward, will be renegotiated as it’s going to be with all of our allies)"이라고 말했다. 

"사드" 비용을 포함한 "재협상"이다. 맥마스터의 이 발언을 해석해보면, 청와대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맥마스터 보좌관의 통화 내용이라며 4월 30일 브리핑한 내용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다음은 청와대가 내놓은 브리핑이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요청으로 4.30(일) 오전 09:00(서울 시간)부터 35분간 전화 협의를 가졌으며, 동 통화시 주한미군 사드 배치 비용부담 관련 한·미 양국 간 기합의된 내용을 재확인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언론들은 '오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실수'를 했거나 실제로 불가능한 마음속 바람을 표출한 것에 불과했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실제로 사드 배치 비용으로 '10억 불'을 요구할 근거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없다. 미국 본토에서 운용 중이던 사드 부대를 한반도로 이동시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트럼프의 돌출 발언일 뿐인가? 그의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사후에 뒷받침하느라 분주한 것일 뿐일까?

그렇게 볼 수 없는 두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첫째, 트럼프의 '안보 공약'이다. 둘째, '10억 불' 발언 이전부터 보여왔던 한국 정부 고위 관료들의 태도다. 

트럼프는 당선 전부터 이미 '돈' 요구사드는 좋은 명분이 됐다

사드 배치 비용은 온전히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것은 참으로 교묘한 말장난이다. 사드 배치에 직접 상응하는 비용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우리 정부가 이미 사드로 인한 추가 방위비 부담을 준비해 왔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먼저 미국 측의 입장을 보자. 청와대가 내놓은 지난 30일 브리핑의 핵심 내용은 사실 다음 문단에 있었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언급은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에 대한 미 국민들의 여망을 염두에 두고 일반적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협상 의지를 "일반적 맥락"으로 설명한 맥마스터 보좌관의 발언을 전했다. 단순한 발언 같지만 의미가 적지 않다. "미 국민들의 여망"이 담긴 "일반적 맥락"에 미국 대통령의 의지가 실려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이미 공약을 한 게 있었다. 그는 지난해 4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외교안보 공약에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비율을 늘리겠다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포함시켰다.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내놓은 '미국 우선주의'의 일환이다.  

주목할 부분은 <폭스뉴스 선데이>를 통해 맥마스터가 거론한, 향후 발생하게 될 '재협상 요구'관련 내용이다. 우리 정부의 반응을 보면, 사드 배치 비용이 포함된 미국의 청구서는 분명히 발행된다. 

1일 국방부의 브리핑을 살펴보자.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사드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문 대변인은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위에 대한 기여도, 우리의 재정부담 능력, 한반도 안보상황,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여건 보장 등의 종합적으로 고려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종합적 고려"에 사드 배치 요인이 포함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전망한 그대로다. (☞관련기사 : "사드 '알박기' 자충수, 트럼프 옳다구나 했을 것") 정 전 장관은 "미국이 내년으로 예정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10억 달러로 아예 못을 박아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드 배치 비용은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미국의 대통령이 언급했기 때문에 이 자체가 한국과 협상 카드가 돼버렸다. 차기 정부에 굉장히 부담스러운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작년 7월, 김관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

문 대변인이 덧붙인 게 있다. "사드비용 분담 문제는 한미 간에 이미 합의된 사안으로 주둔군지휘협정(SOFA)에도 명시돼 있다"며 "재협상 사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국민을 기만하는 태도다. 미국은 '사드 배치' 자체에 상응하는 비용을 받겠다는 게 아니라, '사드 배치 비용을 대는 미군'이 돈을 더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눈앞에 닥친 사안을 교묘하게 비켜가는 '국방 관료'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사드 배치 결정을 전격 발표한 후 닷새 뒤인 지난해 7월 13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출석한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록을 볼 필요가 있다.  

◯노회찬 위원 : 그렇게 알면 되겠고요. 그 다음에 (사드) 운영 비용은 누가 댑니까?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 운영 비용은 미 측에서 댑니다. 

◯노회찬 위원 : 미 측에서 대는 비용이 나중에 2018년부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다시 들어갈 텐데 그 이후에 주한미군 방위비, 우리가 분담하는 부담금 속에 2019년부터는 포함될 가능성도 있지요?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 액수가 많거나 적거나 많게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마는 포괄적인 의미에서 방위비 분담액이 주한미군의 인건비, 시설비, 무슨 비 이렇게 해 가지고 항목이 나눠져 있기 때문에 (사드 배치 비용이) 항목이 포함되면 들어갈 수 있다

◯노회찬 위원 : 들어갈 수 있고, 대개 운영비는 1년에 얼마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 그것까지는 제가 정보를 가지고 있지

김 실장은 이미 지난해에 사드 배치 비용이 2019년부터 우리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될 수 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봐야 한다. "(사드 배치 비용이) 항목이 포함되면 (2019년 방위비 분담금 증가분에 사드 배치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도 당시 운영위에서 비슷한 의문을 제기했다. 

◯강병원 위원 : 여기서 저는 약간 좀 의문점을 가져 봅니다. 오전 질의에서 실장님께서는 어쨌든 이게 SOFA 그런 과정을 봤을 때 미국이 먼저 요청해서 논의가 시작이 되고, 방위비 분담할 때 보면 우리나라하고 미국이 그렇게 치열하게 협상을 하는데 미국이 (사드에) 1조가 넘는 설치 비용을 댑니다.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것이 대한민국 국익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그리고 한미 상호방위를 위해서 하고 있다고 하지만 미국의 국익을 우선한 결정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강병원 의원의 이 같은 질문에 김관진 실장은 답변 과정에서 '비용 문제'를 쏙 빼놓고 대답해버린다. 사드 배치로 방위비 분담금이 증가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일까? 

트럼프의 '10억 불' 발언 자체는 최근의 돌출 발언일 수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 비용 부담 문제는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김 실장이 이미 밝힌 대로, 사드 배치 비용을 우리가 댈 가능성을 이미 작년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에) 우리 정부가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9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분담금 추가 부담을 미리 거론하는 게 협상 전략상 옳지 않다고 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문제는, 사드 배치 비용이 마치 전혀 안 드는 것처럼 기만해온 정부의 태도 부분이다. 사드 배치 초반부터 '사드 배치 비용'을 떠안을 가능성을 고려했어야 맞는 것이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비용은 얼버무리고, 배치는 군사작전하듯 해치웠다. 

따지고 보면 트럼프의 '10억 불' 발언은 10개월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사드 배치 비용을 미국이 요구할 가능성을 10개월 전부터 인지했으면서 그간 교묘한 말장난으로 "미군이 전액 부담한다"고 해 왔던 셈이다. 

이제 명확히 밝혀야 한다. 사드 배치 비용과 관련해 지난 7월 모종의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인지, 그에 따라 사드 배치에 우리가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 수도권 방어도 불가능한 무기 체계를 들여오며 나라를 반으로 쪼갠 것도 모자라, 1조 원에 달하는 비용까지 우리가 지불해야 한다면, 사드 배치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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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
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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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