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점포주의 밀린 관리비까지 내라고요?
2017.04.22 12: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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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집합건물법 제28조 제3항에 의해 금지, 그러나…
철수 씨, 드디어 아파트 단지 상가 2층에 실평수 5평짜리 점포를 하나 샀습니다. 단지 위쪽에 세탁소가 하나 있기는 했지만, 아래쪽으로는 세탁소가 없어서 제법 장사가 되리라는 계산이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는 날, 상가번영회 회장이라는 분이 철수 씨를 찾아왔습니다. 철수 씨에게 점포를 판 전 점포주가 관리비를 많이 밀려서 이제 전기를 끊을 수밖에 없으니 밀린 관리비를 내라는 것입니다. 번영회장은 관리규약집을 꺼내 들고 밑줄 친 부분을 가리킵니다.

'체납 관리비는 점포 소유자에게 승계된다.'

1층 편의점, 3층 태권도장도 전 점포주의 밀린 관리비를 내고 장사를 시작했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전기 없이 인테리어 공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밀린 관리비를 냈습니다. 전 점포주는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철수 씨는 밀린 관리비를 꼭 내야 하나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일부는 내야하고 일부는 내지 않아도 됩니다. 철수 씨가 집합건물에서 장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내야 하는 일부는 어떤 것이고 내지 않아도 되는 일부는 어떤 것일까요?

ⓒ이동수


요즘 웬만한 상가들은 모두 빌딩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경우 단독 주택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건물에 여러 채의 집이나 점포가 각각 독립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구분된 경우, 그 구분된 집이나 점포는 개별적인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법이 이렇게 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파트 한 채, 상가빌딩의 점포 하나를 각각 사고팔 수 있는 것입니다. 법률은 이러한 소유를 '구분소유'라고 하고, 이러한 1동의 건물을 '집합건물'이라고 부릅니다. 


집합건물은 단독 주택이나 단독 점포와는 관리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 쓰는 건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를 단독 주택처럼, 상가빌딩을 단독 점포처럼 관리했다가는 계단, 엘리베이터, 화장실, 주차장 등의 공용부분과 관련된 분쟁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극단적 분쟁을 예방하고 집합건물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우리 법은 주택법, 공동주택관리법,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그리고 유통산업발전법에 초대형 쇼핑몰의 관리에 관한 조항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집합건물법에는 집합건물의 규약이 '구분소유자 외의 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한다'는 조항(제28조 제3항), 그리고 '공용관리비는 새 입주자에게도 승계된다'는 취지의 조항(제18조)이 있습니다. 법원은 관리규약으로 전 점포주의 밀린 일반 관리비를 새로운 입주자에게 승계시키는 것은 구분소유자 외의 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서 집합건물법 제28조 제3항에 의해 금지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철수 씨가 스스로 전 입주자의 밀린 일반 관리비까지 내겠다는 뜻으로 관리규약에 동의하지 않는 한 법에 어긋나는 관리규약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용부분에 대한 밀린 관리비는 집합건물법 제18조에 의해 새로운 입주자에게 승계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은 전체 공유자의 이익에 관여되는 것이어서 공동으로 유지·관리해야 하고 그에 대한 적정한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공용관리비는 특히 보장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철수 씨는 전 점포주의 밀린 관리비 중에서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는 내야 하지만, 개별 점포의 관리비에 해당하는 일반 관리비는 낼 의무가 없는 것입니다(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5다65821 판결 참조).

ⓒ이동수


철수 씨는 일반 관리비를 돌려받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들 간에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번영회장이 철수 씨의 설명을 받아들여 일반 관리비에 해당하는 돈을 돌려주는 것이지요. 번영회장이 고집을 피우면 각 광역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신청을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민원실에서 분쟁조정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소송할 경우 부당하게 걷은 관리비 액수는 물론이고 번영회장이 관리비를 걷을 자격이 있는지, 관리규약은 집합건물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만들어진 것인지 등이 문젯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번영회장이 '굴러온 돌이 어디서! 절대 돈 못 돌려줘!'라고 생각한다면, 일은 더 복잡해진다는 것입니다. 집합상가에서 분쟁이 한번 시작되면 분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분쟁이 있는 집합상가는 관리 주체가 불분명해지면서 지저분하고 후락해지기 십상입니다. 손님들의 발길도 뜸해지게 됩니다. 나 살자고 시작한 분쟁이 다 같이 죽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권한 없는 관리인이나 관리회사가 불법적으로 관리비를 걷고 주차비, 옥상 광고비 등으로 돈을 벌어 착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과 섣부르게 부딪치다가 장사도 못 하고 쫓겨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횡포를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철저한 조직적, 법률적 준비가 필요합니다.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시고 동료 상인들과 시간을 두고 뜻을 모으시기를 권합니다.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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