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자리 공무원은 대놓고 잤다"
2017.04.18 08:30:59
[세월호 특조위를 말하다] 조사2과 서희정 전 조사관 인터뷰
그토록 기다린 세월호가 1089일 만에 뭍으로 돌아왔다. 하얀빛을 자랑하던 세월호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바다 깊숙한 곳에서 뒤틀린 회색빛으로 변해 있었다. 예상보다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오열하고 또 오열했다. 얼마나 흘려야 눈물이 멈출 수 있을까. 

세월호가 인양되면서 자연스럽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필요성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 해경은 왜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했는지, 왜 이러한 참사는 반복되는지... 세월호 참사에는 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달려있다. 그러한 의문을 풀어줄 것이라 기대했던 세월호 특조위다. 하지만 2016년 6월 30일자로 조사활동은 강제종료 됐다. 

여러 변수가 존재하지만 현재 출범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끝나면 다시금 세월호 특조위 2기가 구성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세월호 특조위법안을 발의해둔 상황이다.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2기 특조위의 향배도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세월호 특조위가 재구성된다고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기 특조위가 의도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접수된 231건 사건 중 단 4건에 대해서만 보고서가 나왔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내재해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노골적인 방해와 특조위 무력화 시도다.  

그렇다 해도 그 이유만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나의 사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노골적으로 보여지는 상수(常數), 그리고 그 이면의 다양한 변수(變數)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는 게 일반적이다. <프레시안>에서는 1기 특조위가 왜 실패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그에 따라 2기 특조위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세월호 특조위에서 활동한 조사관 당사자들 인터뷰를 통해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개선책은 어떤 게 있는지를 살펴본다. 세월호 특조위 내 진상조사국 조사1과, 2과, 3과에서 각각 조사관 1명과 안전사회과 조사관 1명을 만났다. 

세월호 특조위 조사2과에서 일한 서희정 전 조사관을 만난 건 세월호 참사 직후 구난업체 언딘에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최상환(56) 전 해양경찰청 차장 항소심 재판 최종변론이 끝난 직후였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이후 언딘 대표의 청탁을 받고 법률상 출항이 금지된 미준공 바지선 '리베로호'를 출항시켜 사고 현장에 동원하는 등 각종 특혜를 준 혐의 등으로 최 전 차장을 기소했다. 

조사관 신분이 아니지만 그는 조사관 시절 맡았던 사건을 여전히 붙잡고 있었다. 서 전 조사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해경과 해수부를 포함한 정부가 세월호 내의 승객 생존시간을 2시간으로 판단한 것과  해경과 언딘간 유착관계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검찰은 이날 최 전 차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최 전 차장에 대한 선고는 4월 20일에 진행된다. 

서 전 조사관은 특조위 내에서 해경의 구조작업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참사 당일, 세월호가 선수만 남기고 전복된 오전 10시 31분 이후 수중수색 사항에 주력했고, 고(故) 최덕하 학생의 신고 이후 10시 31분까지 현장에 있던 123정 승조원 등 조사에 참여했다. 

그가 맡은 사건만 해도 28건이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는 내지 못했다. 이는 다른 조사관들도 대동소이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래 서 전 조사관과의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최형락)


"전체 그림 없이 조사를 하는 건 시간 낭비였다"

프레시안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해경 123정 승조원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명이나 만났다. 

서희정 : 해경 123정 관련 사건은 팀을 구성하여 조사하였다. 내가 직접 조사에 참여했던 123정 관련자는 4명 정도이다. 누가 조사했던 모든 123정 관련자가 중요사항은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세월호에서 먼저 구한 사람들이 선원임을 알았는지 아닌지를 물었으나 선원인지 몰랐다는 답변을 들었다. 

프레시안 : 선원인지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복장이나 장비 등이 일반 승객과 다르지 않나. 

서희정 : 그렇다. 모를 수 없다. 선원 중 한 명은 무전기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선원인지는 나중에 알게 됐다고 답변했다. 검찰에서 진술한 것과 똑같이 이야기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진술을 뒤집을 방법이 없었다. 

프레시안 : 123정 승조원을 만난 게 의미가 없었다고 보나. 

서희정 : 의미가 크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입을 맞췄다. 그리고 우리에 앞서 검찰, 감사원 등 조사를 다 받았다. 우리는 거기에 비해서 권한도 약하지 않나. 

프레시안 : 핵심 증인을 조사할 때는, 앞서 나온 검찰 진술기록을 토대로 이 진술을 뒤집을 증거나 다른 이의 진술이 있어야 하지 않나. 만약 그런 게 없이 그대로 조사를 하면, 앞서 사정기관에 진술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서희정 : 맞다. 조사대상자 중심으로 검찰, 감사원 기록 등을 검토하고 조사는 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 기획을 구성한 뒤 이를 진행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사회복지사였다. 사회복지 질적연구에 참여했던 경험으로 대면조사를 진행했다. 사건조사는 이전에 해보지 않은 영역이었다. 거짓이 아닌 사실, 진실을 말하도록 만드는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반면 그들은 해경 아닌가. 그들은 의경을 빼고는 모두 수사를 해본 경험자들이었다.  

프레시안 : 이미 무슨 질문할지도 알고 있었을 듯하다. 어떻게 보면 프로와 아마추어 구조였을 듯싶다. 

서희정 : 그런 식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전체 그림 없이 조사를 하는 건 시간 낭비였다. 결국, 조사 기획을 잘 짜는 게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특조위는 짧은 활동기간 동안 어떻게 조사하고 대처할 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다음 특조위는 검사가 와서 특검처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요즘한다.
 

▲이석태 특조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파견 공무원, 활동 종료 즈음에는 아예 대놓고 잤다"

프레시안 : 본인이 생각하기에 조직이 왜 그러한 큰 그림을 못 그렸다고 생각하나. 

서희정 : 기본적으로는  외부나 내부의 정치적 제재를 적극대처하기보다는 피해가는 국면을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조사기획을 담당할 진상규명국장 선임을 막은 전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도 있었다, 그래도 안타까운 것은 신청된 사건을 접수하여 진행하는 것만이 고려된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조사기획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 조사라는 게 각각의 조사관이 하나하나 퍼즐 맞추는 식으로 가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됐던 듯하다. 각각 알아서 하다가 잘 안 되면 그만인 식이었던 듯하다. 결국, 각개전투만 하다 강제종료 됐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궁금한 점은 이런 것을 왜 상급자는 조율하지 않았나. 

서희정 : 외부 싸움(정부와의 싸움)만 하다가 정작 내부 준비를 못한 채 특조위가 출범했다. 그렇다 보니 내부는 조직 관리가 안 됐다. 특조위 준비기획 단계에서부터 세밀하게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외부에 신경을 쓰느라 내실을 기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이석태 위원장이 사석에서 "준비기획단이 제대로 못한 듯하다"고 말했겠나. 

프레시안 : 파견 공무원들의 방해도 심하다고 들었다. 

서희정 : 내 옆자리에 파견 공무원은 특조위 활동 종료 즈음에는 출근해서 아예 자기 의자에서 대놓고 잤다. 해경 등에서 온 사람들이 그랬다. 특조위에 파견된 뒤 열린 첫 회의에서 대놓고 자기는 정부 사람이라 여기서 아무 일 못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사람은 그나마 양반이다. 조사관으로 이상한 사람들도 많이 들어왔다. '저 사람은 왜 들어왔지?' 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 팀원들이 프락치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 즉 파견 공무원도 질못하면 징계나 돌려 보내는 등 조치를 했어야 했다. 

프레시안 : 실제 해양수산부 3급(부이사관) 공무원이 보수 시민단체 대표에게 유가족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이 사람은 대기발령 된 뒤, 해수부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 

서희정 : 맞다. 그런데 그렇게 방해한 파견 공무원들은 모두 원 조직으로 돌아가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들었다. 성과평가도 높은 점수를 받았고 승진도 했다고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듣기로는 별정직 직원들도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다. 

서희정 : 별정직도 일 안 하는 사람은 파견 공무원만큼 일을 안 했다. 어떤 이는 오히려 파견 공무원에게 창피할 정도였다. 한 별정직 직원은 특조위 안에서 자기 개인 논문을 세 편이나 쓰기도 했다. 이전에는 어느 위원회에 있었는데, 거기서도 이미 징계를 받은 사람이었다. 악명이 높았다. 

프레시안 : 왜 그런 사람을 뽑았나. 

서희정 : 여당 쪽 인사가 의도적으로 뽑았다고 생각된다. 일을 못 하도록 한 것이었다. 

프레시안 : 그것을 왜 다른 상임위원들은 저지하지 못했나. 

서희정 : 그것을 막으려면 매번 치밀해야 했다. 특조위는 시행령에서 두 번에 걸쳐 120명을 구성하도록 하였고, 부족한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총 3,4번의 인사가 있었다. 매 회 정성을 들여야 했고, 인사위원회에 들어가서 여당 인사와 잘 싸워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또한, 조직관리 경험이 없는 분야의 사람들이 리더가 되었다. 한마디로 정부의 외부 방해에 몰입하면서 정작 조직관리는 되지 않는 식이었다.  

결국, 별정직에서 일 안 하는 사람, 조사 방해하는 파견 공무원, 그리고 이를 관리하지 않는 상급자들 구조 속에서 일 하려는 조사관들이 각개전투로 조사를 진행해야 했다.
    
프레시안 :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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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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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