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에 '헌법'이 뜬다
2017.02.23 16: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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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books] <헌법은 살아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존재하되 실재하지 않았던 우리 사회 유일의 규범, 최고의 원칙은 온갖 시비를 딛고 준법적 행동을 감행한 국민이 촛불을 들자 작동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제야 국가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가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고 투표한 후에는 노예로 전락"해서는 안 됨을 시민이 몸소 보여주는 시대다. 

마치 헌법 전도사가 된 것 같은 김제동은 헌법전을 들고 전국을 누비며 헌법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설파한다. 여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말의 의미를 모르고 살던 이들은 주인을 농락한 이들에게, 견제 받지 않은 채 법을 주무른 권력자들에게 그간 무상으로 남용한 힘의 비용을 헌법에 근거해 치르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열기를 타고 헌법과 관련한 책도 많은 독자와 만나고 있다. 예스24에서 지난 한 해 헌법 분야 책은 전년(1542권) 대비 413% 급증한 7913권이 팔렸다. 촛불 집회가 집중된 11월과 12월 각각 1860권, 3442권이 팔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사람들에게 헌법의 중요성을 일깨웠음을 짐작 가능하다. 

지난 2009년 나온 책의 개정판인 <지금 다시, 헌법>(차병직·윤재왕·윤지영 지음, 로고폴리스 펴냄)이 이 분야 1위를 지키는 가운데, <헌법의 상상력>(심용환 지음, 사계절 펴냄), <후불제 민주주의>(유시민 지음, 돌베개 펴냄), <헌법의 발견>(박홍순 지음, 비아북 펴냄),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산다>(노닐다 짱구패 엮음, 노닐다 펴냄) 등도 헌법 이해를 돕는 책으로 꼽힌다. 

<헌법은 살아있다>(이석연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는 경실련 사무총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가 그간 우리가 깊이 체감하지 못했을 법한 헌법의 힘을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한 책이다. 이를 통해 책은 헌법이 우리 삶과 상관없는 하늘 위 추상적 정언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규범이며 우리가 마땅히 알아야 할 지적 재산임을 강조한다. 

시기에 맞게 이 책은 촛불 집회와 관련한 이야기, 건국절 논란과 관련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촛불 집회에서 드러난 국민의 저항권을 헌법이 어떻게 보장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국민 저항권을 더 강화해 헌법 조문에 넣어야 함을 강조한다. 아울러 헌법 조문에 명확히 수록된 '1919년 건국' 사실을 들며 더는 건국절 논란이 일어나지 않아야 함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 개헌사를 간략히 정리한 후, 87년 체제를 극복할 개헌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저자는 새 시대에 맞게 개헌 시 고려해야 할 10가지 사항을 드는데, 이에는 정보기본권, 알권리 강화 등 국민 기본권을 강화하고 국민 발안제, 국민 소환제를 도입토록 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권력 구조 재편,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국민심사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일부 내용에 관해서는 저자와 독자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저자는 시장경제질서를 헌법에 못 박아야 하고, 결선투표제를 대통령 선거에 도입해야 함을 주장하지만, 이에 관해서는 각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가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제3장 헌법은 살아있다 – 한국 사회를 바꾼 10대 위헌결정'일 것이다. 이 대목은 그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사례 10가지를 들어 헌법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독자가 깨닫게끔 한다. 

▲ <헌법은 살아있다>(이석연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와이즈베리

책에 소개되는 위헌결정 사례는 간통죄 위헌결정,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 위헌결정, 수도이전법 위헌결정, 호주제와 동성동본 금혼제도 위헌결정, 과외교습 금지 위헌결정, 태아의 성별고지 금지 위헌결정, 공권력 개입에 의한 국제그룹 해체 위헌결정, 부부의 자산소득 합산과세 제도 위헌결정, 통합진보당 해산 및 노무현 대통령 탄핵, 김영란법 기각 등의 기타 사례다. 

하나 같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역사적 판결이다. 그리고 이들 사례에 관해서도 독자는 저자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노무현 정부가 동력을 잃는 계기의 하나였던 수도이전법 위헌결정에 찬성한다. 제대군인 가산점 제도 폐지에는 직접 앞장섰다. 여전히 적잖은 어르신은 동성동본의 연애를 마뜩찮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 책을 멀리할 필요까지는 없다. 이런 생각의 충돌이야말로 헌법이 살아있음을 입증하는 증거고, 이 생생한 삶의 이해를 담은 헌법에 따라 움직이는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무엇보다 강력히 입증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이 '헌법은 살아있다'는 이유이리라. 

저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고별연설을 설명하며 헌법의 중요성을 우리가 깨달아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은 법을 모르는 이가 헌법 조문을 우리 실제 역사와 연결해 이해하게끔 돕는 사례집으로서 역할에 충실한다. 

"헌법은 놀랍고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양피지 한 장에 불과합니다. 헌법에 힘을 부여한 것은 국민의 참여와 국민 스스로가 만든 선택에 의해서입니다." (버락 오바마)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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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